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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만 9500억원 … 연·기금 뭘 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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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주가가 빠지면 기회를 노린 듯 주식 사기에 바빠지는 투자자가 있다. 연금과 기금이다. 최근 주가가 빠지자 연·기금은 이번에도 주식을 쓸어 담았다. 최근 연·기금이 싸다고 본 종목은 반도체·자동차·철강 업종 등에 집중돼 있다.

5월 증시가 요동치자 연·기금은 ‘구원투수’로 나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95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2008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의 ‘사자’였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과 연·기금은 엇갈린 길을 걸었다. 2008년 9월 위기 발발 직후 급락장에선 외국인이 팔고, 연·기금은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러다 지난해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자, 연·기금은 팔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는 사뭇 양상이 달라졌다. 동시에 ‘사자’에 나섰다. 특히 2월과 5월, 외국인이 흔들릴 때도 연·기금은 꾸준히 매수에 나섰다. 연·기금을 맡아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저금리에다 채권 수익률도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주가가 비싸지 않다면 사들이는 게 상식”이라며 “연·기금은 올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기준으로 12.9%, 올해 목표 비중은 16.6%다. 어디까지나 목표치이긴 하지만 이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10조원가량 더 주식을 사야 한다.

지수를 끌어올리진 못하더라도 ‘안전판’ 역할은 한다는 얘기다. 연·기금은 보통 운용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 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 비중도 떨어져 주식을 사들인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주식 비중이 커지면 판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민연금은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예상)이 9배 이하일 때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우리 증시의 PER은 2006년 이후 8~13배 수준에서 움직였고, 현재 8.7배에 머물러 있다.

연·기금이 주목하는 업종과 종목은 증시 불안에도 주가가 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연·기금이 사들인 업종인 반도체·철강·자동차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현대제철 등을 시장 비중에 비해 많이 사들였다.

여전히 정보기술(IT)·자동차 업종은 이익 전망치가 타 업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고, 올라가는 속도도 빠르다. 한치환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을 판 것은 향후 전망이 달라졌다기보다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그간 많이 샀던 종목을 내놓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김철민 연구원도 “연·기금의 매수는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수요가 튼튼한 기업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동차·자동차부품 등 경기소비재와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IT업종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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