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명문 MBA ‘IE 비즈니스 스쿨’ 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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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IE 비즈니스스쿨의 앞마당에서 재학생들이 ‘글로벌 빌리지’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80여 개국 학생들이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다. [마드리드=김경진 기자]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오후 5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세라노 거리 99번지 앞 잔디밭 야외무대에선 태권도 시범 경기가 열렸다. 이 지역 IE 비즈니스 스쿨의 글로벌 MBA 과정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이 현지 태권도학원 학생들과 함께 선보인 시범이었다. 사범이 손가락으로 송판을 격파하자 500여 명 관중의 입에선 함성이 터져나왔다.

IE 비즈니스 스쿨이 일 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글로벌 빌리지’라는 축제 풍경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30도가 넘는 뜨거운 햇살, 축제엔 딱 어울린다. 함께 어울려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치열한 MBA 과정을 공부하는 모습을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학교는 1973년 설립 이후 최단기간 내 고속성장을 한 비즈니스스쿨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올해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글로벌 MBA 분야에서 세계 6위에 올랐다.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단기(15개월 미만) MBA 과정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이나 미국의 MBA를 제치고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곳 학생인 네덜란드의 오즈구르 샨튜르크(39)는 국제화를 꼽았다. 그는 “교실 밖에서 몸으로 부대끼면 상대방의 문화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며 “친밀도가 높아지고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르코스 고르고조 IE 국제협력책임자는 “60여 명으로 구성된 한 반에서 서로 같은 국적의 학생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며 “똑같은 문제를 놓고도 다양한 해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공간이 스페인이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온 조 볼 리노(29)는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로 통하는 관문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문화와 언어적 경험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고 말했다.

IE 비즈니스 스쿨의 또 다른 특징은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벤처랩’이다. 학생들이 그룹을 짜 만든 사업계획서를 7명의 교수로 구성된 위원회가 검토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기업과 학교의 지원이 들어간다. 이런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한국인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윌리엄 데빌라 밸러리 IE 아시아담당 책임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학생들에겐 1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전문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집약적으로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김경진 기자

온소뇨 IE 비즈니스 스쿨 총장 “3년 내 교수·학생 두 배로 늘리겠다”

“전통적인 경영 마인드를 배우고 싶으면 옥스퍼드로 가라. 우리는 기업과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산티아고 이니게스 온소뇨(사진) IE 비즈니스 스쿨 총장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짧은 역사성을 대신하는 것은 개혁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오후 6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총장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IE 비즈니스 스쿨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다양성과 실용성,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IE 비즈니스 스쿨은 80개 국적의 학생들을 통해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 4, 5학기에 본격적으로 선택과목을 이수하기 때문에 당장 사회로 나가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생긴다. 여기에 벤처 랩을 통해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배운다. 전인적 교육을 실시하는 게 목표다.”

-역사가 짧다.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나.

“더 새로운 개혁을 한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그는 컴퓨터 모니터로 가 온라인 강의 진행 방식을 직접 보여 줬다). 3년 전 세고비아에 있는 대학을 인수하는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다양한 학문을 접목시킨 독특한 교육과정을 만들 것이다. 이런 실험을 두고 다른 모든 학교가 고개를 흔들었지만 우린 해냈다. 그것이 우리가 이른 시간 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최근 경제 불안으로 MBA 학생들 사이에서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

“세계 경제는 과거와는 달리 서서히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면서 기대치를 낮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생들이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헤쳐가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3년 내 학생 수와 교수 수를 두 배로 늘릴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경제위기로 가격이 떨어진 건물을 사서 학교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늘릴 것이다. 또 대륙마다 사무소를 늘리고 파트너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은 중요한 전략지다. 현재 KAIST·서강대학교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글, 사진=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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