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재 취업] 재교육기관 노크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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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주부 취업 바람이 거세다. 한 주부가 유모차를 끌고 취업 박람회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중앙포토]

불황으로 쪼들리는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취업 문을 두드리는 주부가 많아졌다. 지난달 인터넷 취업포털인 잡링크에 등록된 취업 희망 주부는 3만1370명. 지난해보다 47.3%나 증가했다.

그러나 주부가 취업에 성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30~40대의 현직 회사원도 감원하는 판에 주부들이 정규직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주부 취업률이 높지 않고, 일자리를 잡는다 해도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파트타임직이 대부분이다. 잡링크 이인희 팀장은 "주부가 취업에 성공하려면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일단 눈높이를 낮추고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과거 경험 활용해야=광고회사 AE(영업기획)로 일하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그만둔 주부 김정임(33)씨. 김씨는 최근 5년 만에 같은 직종에 재취업했다. 집에서 안주하기에는 자신의 경험이 아깝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업계 흐름을 따라잡기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과거 직장 생활을 통해 알고 지내던 인맥을 총동원해 일자리 정보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과거 네트워크가 탄탄할수록 재취업이 원활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김씨는 또 5년간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문.업계 소식지.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감'을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직장을 그만둘 때 언젠가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관련 직무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받거나 프리랜서.아르바이트 활동을 통해 직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눈높이를 낮춰라=경력에 공백이 있는 주부들이 일반 사무직이나 전문직을 얻기란 쉽지 않다. 최근 여성 취업.창업 박람회가 많이 열리지만, 대개 베이비시터.노인 도우미.파출부.판매사원 등을 파견하는 업체들이다. 전문가들은 "과감히 눈높이를 낮춰 영업 계통에서 일해 보라"고 권한다. 바닥에서부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자기 자리를 확실하게 잡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결혼으로 회사를 그만둔 주부 김윤희(33세)씨는 4년 만에 사무직 자리를 구하다 결국 학습지 교사를 택했다. 김씨는 "나이가 많아 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 회사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안이 없어 학습지 교사를 선택했지만 여성 차별이 없고,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 가족의 이해.협조도 필요=최근 보험설계사로 재취업한 주부 박모(34)씨는 6개월 만에 꿈을 접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아이들을 가까운 동생 집에 맡겼으나 아이들이 자꾸 불만을 터뜨려 일터에 나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또 영업 때문에 가끔 귀가가 늦어지는 날에는 부부 싸움도 잦았다. 박씨는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주부들이 사회에 나오기 힘든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 취업교육기관을 적극 활용하라=주변을 돌아보면 여성들이 적은 비용으로 취업 준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여성부가 지원하는 전국 51개의 여성인력개발센터(www.vocation.or.kr)가 대표적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여성회관 100여곳도 잘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된다.

이런 기관에서는 ▶컴퓨터그래픽.파워포인트 등 컴퓨터 강좌 ▶아바타 디자이너 등 IT전문교육 ▶메이크업이나 피부관리 등 미용강좌 ▶발관리나 스포츠마사지 등 건강강좌 ▶ 동화구연 등 어린이 교육 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서울 종로구 여성인력개발센터 김영남 관장은 "이들 기관에서 교육받은 여성 수료생의 평균 취업률이 30~40%에 이른다"면서 "거주지 주변의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을 자주 들러 최신 취업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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