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한국 IBM "임원실도 비면 누구나 쓸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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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밀레니엄 빌딩 5~22층에 있는 한국IBM 사무실. 이 빌딩 19층에 있는 한국IBM 홍보담당 이용식 상무의 방은 지난 7일부터 나흘간 홍보실 직원들의 회의실로 사용됐다. 李상무가 이 기간에 미국으로 출장을 가 있었기 때문.

이 회사 이병윤 부장은 "우리 회사 사무실 중 문이 있는 방은 사장.재무담당 임원.법률고문 정도"라면서 "다른 임원들의 사무실은 앞에 팻말을 달아 임원이 출장을 가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사무실 공간을 나눠 쓰는 한국IBM의 '모빌오피스'제도가 시행 6년을 맞았다. 2천2백여명의 한국IBM 직원 가운데 영업.서비스.고객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1천5백여명이 5백여석의 모빌오피스 근무를 하고 있다.

즉 모빌직원 3명이 1개의 업무공간을 활용하는 셈이다."모빌오피스 근무 직원들은 출근하면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 동안 근무할 좌석을 찾습니다."

이 회사 홍보팀 김광원 부장은 "이제는 직원들이 모빌오피스제도에 익숙해져 처음 앉는 자리에서도 능숙하게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즉 직원이 빈 자리를 골라 근무할 시간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체크인)하면, 그 순간부터 업무를 마치고 지정위치를 떠날 때(체크아웃)까지 자신에게 오는 전화는 자동으로 자신이 근무하는 위치에서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한국IBM은 모빌오피스제도를 통해 지난 5년간 1백억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이 제도에 맞춰 업무처리과정도 바꿨다.

이 회사는 불필요한 결재양식을 빼고 1백95개에 달하던 결재양식을 95개로 줄였으며, 이 중 경비처리신청.재직증명서 등 56개의 양식은 문서결재에서 전자결재로 바꿔 즉시 처리가 가능토록 했다.

이 회사 이원조 전무는 "고객을 지원하는 현업부서 직원이 가능하면 회사업무에서 벗어나 고객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자는 것이 모빌오피스제도의 도입 취지"라면서 "고객의 만족도와 업무의 효율성이 동시에 올라가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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