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지연 최대원인은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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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조합이 경제구조 개혁에 반발하는 것이 구조개혁 지연의 최대 원인이다.""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이 구조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고통과 비용을 미래지향적으로 수렴해주기보다 오히려 증폭시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강봉균(얼굴) 원장이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원인으로 노조.정치권.여론 주도층을 꼽아 눈길을 끌고 있다.

康원장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정책기획.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하고 지난해 3월부터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원장을 맡고 있다.

康원장은 최근 광주.전남 경영자협회가 주최한 신년 강연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선거철을 틈탄 강성 노동운동과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 정부가 달래기 방식보다는 원칙을 갖고 대응할 수 있도록 탈(脫)정치 경제운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 시스템을 만들었으나 (성과는)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우리 사회에 건전한 노동운동이 뿌리내리려면 정부가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경영자측이 경영 투명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대해서도 "투명성이 부족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낮다"며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과 연고주의 탈피, 재무제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부문 구조개혁과 관련,"관료사회가 깨끗하고 공정하다는 국제적 평판을 얻지 못한 것은 과거 수십년간 고질화된 연고주의와 청탁 관행이 사회 각 부문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남은 공공부문 개혁 과제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려면 노조와 원칙없이 타협하거나 양보해서는 곤란하다"며 "국영기업 경영진에 충분한 권한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康원장은 또 12일 우리금융그룹 초청 조찬간담회에선 "금융기관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말을 금융기관들이 믿지 않는다"며 "때문에 자율과 책임경영의 원칙이 정착되지 않고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소신있게 추진하거나 부실기업을 철저히 관리하려는 의욕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현곤.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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