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헐리웃 문화혁명'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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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황금기는 1960년대 중반 '이지 라이더''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시작돼 80년 '성난 황소''천국의 문'에서 막을 내린다."

영화사가들 사이에 할리우드의 70년대는 수많은 명작들이 쏟아진 가장 소중한 시기로 손꼽힌다.

98년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은 『헐리웃 문화혁명』은 60년대 저항문화가 키워낸 세대가 70년대 할리우드란 성채를 정복한 이야기다. 60년대 말부터 80년까지 10여년간 영화에 얽힌 일화들을 연도별로 소개한다.

이 시기는 60년대 젊은이들의 히피적 하위 문화가 기성세대의 대형 영화사와 결합해 연출자의 작가주의를 연 시대로 평가된다. 섹스.마약.로큰롤 등 당시 신세대들의 문화가 스크린에 과감하게 투영돼 생동감을 더하며 베트남전쟁 등으로 답답한 현실에 숨통을 틔어주는 역할을 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Bonnie and Clyde)'를 연출한 아서 펜 감독의 "우리는 베트남전에 빠져들었다. 이제 영화가 얼룩을 남기지 않고 소독된 상태로 총을 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시대 분위기를 증언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혁명'이 할리우드를 구원했으며 그 새로움의 수혈이 쇠퇴하면서 할리우드는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저명한 영화잡지 '아메리칸 필름'의 편집장을 지냈고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를 쓰기도 한 저자 피터 비스킨드는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힘든 현장의 체험을 책에 녹여내고 있기 때문에 영화팬들에겐 반가운 책이다.

'대부''내쉬빌''천국의 나날들''택시드라이버' 등의 작품들은 물론 프랜시스 코폴라.워런 비티.데니스 호퍼.우디 앨런.스티븐 스필버그.조지 루카스 등 명감독들의 이야기, 그리고 잭 니컬슨.로버트 드니로.더스틴 호프먼.알 파치노.바브라 스트라이샌드.제인 폰다 등 스타들의 열전이 펼쳐진다.

70년대 영화가 감정을 과감하게 드러내듯이 저자는 시중의 상말까지도 그대로 노출한다. 이를테면 영화 제작을 부탁하러 가서 "구두를 핥겠습니다"라고 구걸하거나 성(性)에 얽힌 일화와 제작과정의 욕설 등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식이다.

오락만이 난무하는 오늘, 영화 정신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수록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단 한 장의 영화사진도 게재하지 않고 활자로만 빽빽하게 채운 편집의 답답함과 인명과 지명 등에서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름과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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