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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 상품이 설치미술 작품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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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과 소비자들의 1차 접점인 ‘쇼룸’(전시관)이 진화하고 있다. 갤러리형·모바일·사이버·팝업 스토어 등 형식은 가지가지지만, 상품을 일방적으로 진열하는 데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쌍방향 소통 공간으로 바뀐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현대 가구 디자이너 이헌정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한 대림비앤코 쇼룸 ‘더 바스 대림’(위). 프랑스 파리 매장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 온 루이까또즈의 청담동 ‘파리 컬렉션’ 매장(아래).

대림비앤코(구 대림요업)는 지난달 서울 논현동 본사 사옥 1~2층에 쇼룸 ‘더 바스 대림’을 열었다. 660㎡(200평)의 넓은 공간에 제품과 함께 현대 가구 디자이너 이헌정 작가의 설치 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콘크리트로 만든 벽에 비데를 매단 파격적 형식이다. 평소 세라믹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작가가 대림 측에 비데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상설 전시되며 추가로 다른 작가의 예술 작품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프랑스 라인인 ‘루이까또즈 파리컬렉션’을 국내 출시하면서 서울 청담동에 프랑스 파리 마레(Marais) 거리의 루이까또즈 매장 인테리어를 소품 하나까지 완벽하게 그대로 옮겨온 쇼룸을 열었다. 루이 14세 문장을 그려넣은 벽장, 벽면 거울, 만찬 테이블 하나하나까지 복제해 옮겨 왔다.

고객들이 이용하는 호텔 룸을 쇼룸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는 이달 초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클럽 스위트 룸에 향수 신제품 ‘씨 롤리타(Si Lolita)’의 이미지를 활용해 ‘씨 롤리타 룸’을 만들었다. 이 회사 브랜드 매니저 김효정 차장은 “프랑스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거실은 프랑스 빈티지풍 소품으로 장식하고, 침실은 화이트와 핑크·골드 색상을 활용해 로맨틱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고객이 이 방을 이용하면 향수 미니어처를 증정한다.

대형 트레일러로 전국을 순회하는 모바일 자동차 전시장도 등장했다. 재규어코리아가 지난달 말부터 운영하고 있는 ‘올 뉴 XJ 모바일 쇼룸’이다. 서울 도산대로, 부산 해운대, 광주 월드컵경기장 등을 돌아다닌다. 외부에서도 관람하기 쉽게 투명 소재를 썼고, 조명과 카펫까지 갖춰 흡사 고급 전시장을 시내 한복판으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모바일 쇼룸의 현장 사진과 함께 목격 장소, 감상 후기 등을 올리는 온라인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실제 쇼룸을 온라인으로 구축해 놓아 클릭 몇 번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 3차원 가상 디지털 쇼룸도 있다. 엘르 엣진(www.atzine.com)의 이 사이버 쇼룸은 지난달로 회원 수 30만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 팝업창처럼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 형태도 유행이다. SK네트웍스의 ‘클럽모나코’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 야외에 컨테이너를 이용한 팝업 스토어를, 아모레퍼시픽의 ‘리리코스’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해양·심해를 테마로 팝업 스토어를 설치했다. 홍익대 간호섭(섬유미술패션디자인) 교수는 “브랜드 이미지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쇼룸을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를 담아내며 소비자와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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