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축대상 핵탄두 폐기않고 일부 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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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략 핵무기를 대폭 감축키로 한 미국이 감축 대상 핵탄두와 핵미사일을 완전 폐기하지 않고 일부를 비축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중국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러시아와의 합의로 감축하게 될 핵무기 중 일부는 배치 상태에서 해체.파기할 계획이지만 일부는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도 미 정부가 의회에 냉전 이후의 핵전략을 담은 '핵 정세 보고서'를 브리핑하면서 감축 핵무기의 일부를 분해.보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10년간 핵무기를 3분의 2 가량 줄여 1천7백~2천2백기 선에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만약 미국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언제든 재배치가 가능한 상태로 보관할 경우 이같은 감축 선언의 의미는 크게 퇴색한다.

미 국방부의 J D 크라우치 국제안보정책 담당 차관보는 "4천여기의 감축 대상 핵무기 중 몇기를 비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도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외무부 대변인 성명에서 "미.러간 감축 합의는 단순한 숫자상 감축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완전 폐기를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중국도 이날 "미국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준수 등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핵정세 보고서는 향후 ▶배치 핵무기를 최소 2천20개로 유지하고▶핵미사일 발사체인 트라이던트 잠수함을 18척에서 14척으로 줄이며▶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Ⅱ)에 따라 50개의 '피스키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를 폐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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