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학문제도 '극단'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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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대 박재윤(朴在潤)총장은 새해 벽두부터 벌여온 단식농성을 8일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의도했던 뜻을 충분히 이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朴총장은 지난해 6월부터 양산에 부산대 제2캠퍼스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해왔으나 부산시.시의회 등의 반대에 부닥쳐 캠퍼스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그러자 "지역 정치세력의 폭력적인 압제하에 처한 대학의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새해 첫 업무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 이후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전국 대학 총장들이 잇따라 朴총장을 방문해 "대학문제는 대학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부산시는 대학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따끔한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부산대 총동문회는 "제2캠퍼스 조성을 계속 방해하면 안상영 시장의 퇴진운동까지 벌이겠다"며 부산시를 몰아붙였다.

'시장 퇴진'이라는 말이 나오자 부산시의 태도가 돌변했다.

부산시는 7일 저녁 양산 이전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9일에는 부산대와 이전 합의문까지 작성했다. 부산시가 부산대 제2캠퍼스 조성을 반대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시장선거를 겨냥한 전략용"이라며 꼬집었다.

부산시 일부 직원들도 "결국 부산대 뜻대로 될 일을 왜 그렇게 반대하느냐"며 못마땅하고 있다.

부산대 문제가 해결되자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은 "부산시가 애당초 의대.치대만 이전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더라면 지역사회가 분열되지 않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부산시는 몇년 동안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힘혈을 기울여왔다.

기업이든 대학을 유치하려면 자유스런 이동이 보장돼야 한다.부산대의 경우처럼 일부 단과대가 인근 도시로 옮겨가는 것을 '결사반대'한다면 어떤 기업.대학이 부산으로 오겠는가. 부산시의 반대는 처음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잘못된 것이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차 극단적인 투쟁방식이 통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정용백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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