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일 FTA 대표 국장급 격상”에 日 총리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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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후 제주 컨벤션센터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왼쪽),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기념 촬영한 뒤 회의장으로 가자며 손짓하고 있다. 제주=조문규 기자

29일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3국 간 협력이 지난 10년간 급속히 확대·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또 향후 10년간 3국 협력 발전의 비전과 미래상을 담은 ‘3국 협력 비전 2020’ 문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문서는 전문과 ①동반자 협력관계 제도화 및 강화 ②공동 번영을 위한 지속가능한 경제협력 ③지속가능개발 및 환경보호 협력 ④인적·문화적 교류 협력 확대를 통한 화합과 우의 증진 ⑤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공동 노력 등 5개 부문에 걸친 41개 항목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정상들은 또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상설 사무국을 2011년 한국에 설립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3국 정상들은 이밖에 ▶과학혁신 협력강화 ▶고용·노동 분야 협의체 구축 ▶치안 협의체 구축 ▶공무원 교환방문 ▶순환 경제시범단지 구축을 위한 고위급 포럼 등의 신규 협력 사업 7건도 합의했다.

또 회담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4월 열린) 한·중·일 30인회에서 나온 발전 제안들도 유익하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일본에서 열린 4월 한·중·일 30인회에선 ▶아시아 경제통합 노력을 위한 3개국 공동사무국 설치 ▶한·중·일 FTA 조기 체결을 위한 연구 가속화 ▶미·러를 포함한 아시아 경제협력기구 창설 등이 제안됐다. 30인회의 일본 측 단장인 나카소네 전 총리가 이런 내용을 지난 19일 하토야마 총리에게 전했다. 30인회는 3국의 공동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한국의 중앙일보,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중국 신화통신이 2006년부터 공통 주최하고 있는 국제 포럼이다.

이에 앞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양국 최대 관심사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와 관련한 대화도 오갔다. 이동관 홍보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일 FTA가 중·장기적으로 양국 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 협상의 격을 현재의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100년의 한·일 관계 장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FTA 체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0년의 과거사를 확실히 청산하기 위해 반성할 일은 반성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앞으로 100년의 미래를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인 결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위한 양국 간 실무협의의 대표가 올 상반기의 5차 회의부터는 국장급으로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해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 쪽이 계속 요구했던 사안이므로 실무협의 대표를 격상시키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2004년 중단된 FTA 협상 재개를 위해 2008년부터 심의관급을 대표로 하는 실무협의를 네 차례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일 FTA 협상 실무협의의 대표를 국장급 이상으로 격상할 것을 줄곧 요구해 왔다.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또 일본의 비관세 장벽 문제를 지적했으며 하토야마 총리는 “새 정부에서 이 같은 비관세 장벽의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9월 열리는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전시회의 성공적 개최 등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원자바오 총리는 오전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4단체장 및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과 중국이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쉬운 것부터 추진하는 게 좋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향후 FTA에 관한 공식적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면서 “유럽발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에 불안 요소가 있으므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이 대통령과)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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