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고 줄여 공영성 강화" 한나라 "공정성 회복 먼저 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KBS가 '수신료 인상'을 향한 첫 발을 디뎠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어쨌든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지만 국민 반발과 야당의 반대라는 장벽을 무사히 넘을지는 미지수다.

◆ KBS의 인상추진 명분=KBS는 이번 안을 '재원구조의 공영화 방안'으로 설명한다. 지난해 KBS 총수입은 1조2703억원. 이 중 수신료 수입은 4997억원으로 39%를 차지했다. 광고수입은 이보다 많은 6782억원으로 53%(나머지는 기타 수입)였다. 이는 영국 BBC(수신료 75%), 일본 NHK(수신료 97%) 등 선진 공영방송과 비교할 때 개선이 필요한 재무구조라는 게 KBS의 주장이다.

따라서 광고 비중을 줄이고 재정을 안정화해야 '시청률 지상주의' 함정에서 벗어나 공영방송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와 관련, KBS는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되 금액은 3000~6000원, 특히 4000원대 이상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KBS는 예상되는 반발을 줄이기 위해 난시청 해소, 프로그램의 질 향상 등 개선책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 인상까지는 먼 길=하지만 많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인상폭에 대한 KBS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KBS 내부에선 이사회 의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사회 의결이 끝나면 방송위원회를 거쳐 국회로 공이 넘어간다. 여기엔 한나라당이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마련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KBS 광고수입 비중을 20% 이내로 줄이는 내용을 넣었다. 자연스레 수신료 인상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수신료 인상은 KBS가 공정성을 회복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는 걸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 시청자 반응이 열쇠=1993년 52.6%였던 수신료 징수율은 94년 통합징수 이후 97.3%(2002)로 높아졌다. 거의 전 가구가 부담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내년 담뱃값 등 공공료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방송가에선 보고 있다. 이미 KBS 홈페이지엔 "경제도 어려운 데 말도 안 된다" "편향보도로 공영성이 훼손됐는데 무슨 공영성" 등 시청자 반발이 가득하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신료 인상논리가 일리 있다 해도 확실한 개혁안을 함께 내놓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