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발 빼고 정 통일은 한발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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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얼굴) 통일부 장관은 내년에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그의 머릿속엔 내년엔 꼭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2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은 당위이자 약속이기 때문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때 약속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른 시일 내 서울 답방'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05년은 "해방 60주년에,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 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며 준비도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본공단 공사 ▶경협활성화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경의선의 도로개통이 남북 간 이해소통의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망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아직 풀릴 기미가 없다. 정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난 7월 김일성 10주기를 맞아 민간단체 등이 조문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은 것과 이후 탈북자 468명을 집단입국시킨 데 대해 "좀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기엔 북한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북한이 북핵 6자회담 테이블에 다시 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탄력을 받으려면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복원과 북한의 6자회담 호응이 필요하다.

정 장관이 2005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언급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영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점을 놓고 일각에선 "엇박자가 아니냐"는 관측도 한다.

그러나 정 장관은 3일 국회 예결위에서 "노 대통령이 말한 것은 정상회담의 필요성이나 개최 의지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게 아니다"며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성급하게 제기하거나 유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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