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홍일·홍업 소문과 달리 돈 안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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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아들들의 '게이트'연루 의혹을 해명했다. 항간에 도는 장남 김홍일(金弘一.민주당)의원과 차남 김홍업(金弘業)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연루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7일 경제전문가 15명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큰아들은 선거 때 (진승현씨가)와서 돈 5천만원을 주겠다는 것을 거절했고, 작은아들은 (陳씨의 로비스트인 최택곤씨가)'도와달라'고 했으나 '그럴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이 이런데도 항간에는 (아들들이)연루된 것처럼 (허위)소문이 돌고 있다. 세상이 참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놨다고 한다.

대통령 아들들을 수사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정면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또 야당의 요구대로 아들들이 공직에서 사퇴하는 일도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말이다.

金대통령이 아들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정책위원장의 질문 때문이다.

鄭위원장은 "지금 각종 게이트에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데 대해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굉장히 크다. 심지어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정치자금과 관련돼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鄭위원장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남은 1년간 사심없이 일하고 중립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국민의 신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게이트에 아들들이 거명되는 데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진승현씨의 로비스트인 최택곤씨가 김홍일 의원의 이름이 적힌 돈봉투를 검찰에 뿌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요일 새벽 집에 있던 김학재(金鶴在)민정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근심이 커 참모들이 안절부절못할 정도다.

지난해 말 세 아들 내외와 손자.손녀 등 전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金대통령은 아들들을 따로 불러 시중에 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서 아들들의 해명을 듣고서야 金대통령은 안심했고, 이날 소문을 부인하는 발언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해명을)믿기 어렵다. 그런다고 누가 믿어주겠느냐"며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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