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18㎏ 빼고 '제2 전성기' 현주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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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엽이 지난 1일 분당 율동공원의 한 야외카페에서 유자차를 시켜놓고 지옥훈련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분당=박종근 기자]

"아쉬워요. 선수들 모두 부담이 컸나봐요."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재활전문 스포츠클리닉에서 만난 현주엽(29.KTF)은 전날의 패배를 퍽 아쉬워했다. TG삼보에 덜미(56-65 패)를 잡혀 7연승을 달리던 신바람이 멈칫했다. 하지만 표정은 밝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팀이 창단 이래 최다 연승기록을 세웠고, 1위 다툼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돌아온 현주엽'이 서 있다. 지난 15경기 동안 평균 13.7득점에 8.3리바운드, 8.7어시스트. 어시스트는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 김승현(26.오리온스)에 이어 두 번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는 무릎.발목 재활 운동을 30분쯤 더 했다. 바이오덱스라는 기구에 다리를 걸고 적당한 무게를 들어올리는 훈련이다. 멀리서 경기가 있는 날을 빼고는 집(수지)에서 가까운 이곳에 매일 들른다고 했다.

검정 사파리에 야구 모자를 눌러 쓴 그와 함께 부근 율동공원 호숫가로 갔다. 얼마 전까지 '뚱''매직 히포'로 불렸던 그의 몸매가 날렵하다. "도대체 어찌했기에 120㎏까지 나가던 몸이 102㎏으로 줄었느냐"고 물었다.

"태어나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일어나면 또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자리에 들기가 무서울 정도였지요."

지난 시즌이 끝난 3월 중순부터 그는 군대 훈련소보다 더한 생활을 했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곧바로 이 클리닉에 와 두시간 동안 러닝머신과 자전거 타기를 했다. 그리고 아침.점심 식사시간만 빼고는 오후 6시까지 발목과 무릎 주위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훈련. "평소에 즐겨 먹던 간식이나 음료수는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보통 사람 두 배 이상 하던 식사도 한끼에 밥 한 공기만으로 때웠고요."

그렇게 9월이 되자 몸무게가 105㎏까지 줄어들었다. 고질병이었던 무릎이상도, 지난 시즌에 다쳤던 종아리 근육도 정상이 됐다. "10㎏이 넘는 배낭을 벗어버린 느낌이에요." 고려대 시절 전성기로 돌아간 몸매가 신기한 모양이다.

도움까지 도맡아 KTF 선두권 이끌어

그는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농구공과 함께했다. 시작은 그저 그랬다. 농구를 유달리 좋아해 초등학교 6학년 때 휘문중 농구부에 가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불합격'이었다. 한데 다행히 추첨으로 휘문중에 입학해 농구부에 들어갔다.

늘 벤치만 지키던 1학년 가을 어느날 어머니(홍성화.57)가 농구부를 찾아왔다. 그때야 현주엽은 어머니가 1960년대 여자농구 국가대표선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까진 엄마가 농구를 한 줄은 전혀 몰랐어요. 집에 선수 때 사진은 물론 흔한 트로피 하나 없었거든요. 아들이 당신처럼 힘든 농구선수가 되는 게 싫었던 거예요."

못 말리는 스피드 광, 차값만 2억여원

2학년이 되면서 현주엽의 진가는 확실히 나타났다. 중3 때 청소년대표, 고3 때 국가대표가 된다. 대학 2년 때는 세계코치협회(WABC) 선정 세계선발팀에 주전선수로 선발됐다.

얘기가 결혼 쪽으로 흘렀다. 수년 전부터 "서른 안에 결혼하겠다"고 말해온 그다. "아 글쎄, 여자 만날 시간이 있어야지요. 이번 시즌이 끝나는 내년 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짝을 찾아볼 겁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1년쯤 연애를 하고 2006년 봄에 결혼하겠단다. "제 이상형이요? 탤런트 전인화씨를 심하게 좋아해요. 참하고 우아하고…."

그는 자동차광이다. 이날도 아버지 차라며 벤츠 S600을 몰고나왔다(아버지는 사업가 출신이다). 자기 차는 BMW5 시리즈에 스포츠카 엔진을 단 BMW M5다. 차 값만 1억5000만원인데 튜닝으로 1억원을 더 들였다고 했다. "비밀인데, M5를 몰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300㎞를 넘게 밟아봤어요. 이런 말 했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건 아니겠죠?"

현주엽의 올해 목표는 팀의 4강 진출이다. 대학시절까지 최정상을 달린 그지만 98년 SK 입단 이후 아직 플레이오프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한데 이번엔 다를 것 같다. "챔피언 반지를 한 번 껴보는 것, 국내 최고 연봉을 받아보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은퇴 후에는 뭘 하고 싶으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사업도 하고 싶고…. 농구 감독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구단주가 돼 농구팀을 이끌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현주엽은 …

▶ 출생:1975년 7월 27일 서울

▶ 체격:1m97㎝.102㎏

▶ 학교:도성초-휘문중-휘문고-고려대

▶ 가족:현진구.홍성화씨의 3남 중 막내

▶ 별명:매직히포.킹콩.0.1톤 등

▶ 취미:자동차 드라이빙, 영화감상

▶ 경력:SK-골드뱅크(코리아텐더)-KTF

▶ 주요 수상:농구대잔치 신인상.베스트5상.대학농구선수권 MVP

▶ 연봉:2억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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