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원로 서양화가 김흥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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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모교인 도쿄(東京)예술대에 작품을 처음으로 내걸어 감개무량합니다."

원로 서양화가 김흥수(金興洙ㆍ83)씨가 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일본 도쿄예술대 미술관에서 중진 일본화가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ㆍ72)씨와 함께 전시회를 연다.

서양화와 일본화 분야에서 정상급에 속하는 두 사람은 도쿄예술대 선후배 사이다.

金화백은 도쿄예술대의 전신인 도쿄미술학교를 나왔으나 일제의 학도병 지원을 거부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88년 당시 이 대학 미술학부장이던 히라야마 화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40여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이후 그와 친해져 한국과 일본에서 서울 예술의전당과 일본 국제교류기금 주최로 공동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金화백은 '산''오(悟)' 등 25점을, 히라야마 화백은 '천산남로''운강 비로자나불' 등 48점을 출품했다. 히라야마 화백의 작품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때 파괴된 바미안 석불 그림도 포함돼 있다.

金화백은 "이번 전시가 한.일 양국의 이해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음과 양, 구상과 추상 등 이질적 요소들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는 서양화와 일본화를 공동전시해도 괜찮을지 걱정했으나 막상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니 매우 잘 어울린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도쿄예대 학장을 지낸 히라야마 화백은 현재 일본 유네스코 친선대사로 일하고 있다. 98년 일본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일본 시코쿠(四國)에 개인 미술관도 갖고 있다.

金화백은 99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오는 3월 서울 평창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열 예정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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