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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읽으면 입에 짝짝 붙네 … 민요의 노랫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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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파리 동동 잠자리 동동
박혜숙 글
오윤화 그림
파란자전거
252쪽, 1만5000원

전래동요와 민요 속에 담긴 옛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읽어낸 책이다. 해와 별에게까지 말을 걸며 살았던 자연 친화적인 삶, 함박눈을 보며 흰쌀을 떠올리는 소박한 삶을 노랫말 속에서 찾아보는 작업이다.

흔히 들어본 ‘숨바꼭질’동요도 찬찬히 음미하니 새롭다.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면서도 “텃밭에도 안 된다/상추 씨앗 밟는다/꽃밭에도 안 된다/꽃모종을 밟는다/울타리도 안 된다/호박순을 밟는다…”며 조심시킨다. 풀 한 포기 허투루 취급 안 했던 옛 사람들의 삶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계모와의 갈등, 고달픈 시집살이 등 삶의 애환도 노래가 됐다. “배야 배야 이내 배야/의붓엄니 눈치 배야/우리 엄니 살았으면/흰죽 먹고 나을 배야” “형님 형님 사촌 형님/시집살이 어떻던고/애고 야야 말도 마라/분홍치마 다홍치마/눈물 적셔 행주 된다…” 몇 세대를 거쳐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며 농축된 가사가 짠한 마음을 더한다.

국문학자인 저자는 “민요의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한국어의 다양한 맛과 멋이 우러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맛의 절정은 나무를 노래한 민요에서 느낄 수 있다.

“…십 리 절반 오리 나무/가다 보니 가닥나무/오다 보니 오동나무/가자가자 감나무/오자오자 옻나무/죽어서도 살구나무/앵돌아져 앵두나무/덜덜 떨어 사시나무/오자마자 가래나무…”우리 조상들의 재치있는 입담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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