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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1cm가 왜 1cm죠?” 아이가 묻는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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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고양이가 맨 처음
1cm를 배우던 날
김성화·권수진 글
노인경 그림, 아이세움
124쪽, 1만원

“1cm가 왜 1cm냐”고 아이가 물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길이재기를 배웠을 때다. “수학자들끼리의 약속”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자를 만들 때는 1cm를 어떻게 알고 만드냐”는 질문을 해왔다. “다른 자를 보고 만든다”며 대충 얼버무렸다. 시험 대비용으론 별 쓸모없는 한가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그 대화를 그리 무성의하게 넘겨버리고 말았는데, 이 책을 보니 후회스럽다. 수학적 사고의 재미와 신비를 만나게 해줄 좋은 기회를 흘려버린 듯 싶어서다.

책의 주인공 고양이도 ‘cm’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똑똑하고 잰 체 하는 생쥐와 함께 센티미터의 탄생 과정을 짚어가기로 한다. 의외로 센티미터의 역사는 짧았다. 불과 200여 년 전만 해도 짧은 길이를 잴 때는 손가락·손·팔 등을 사용했다. 마을과 마을 사이처럼 먼 거리를 잴 때는 발걸음 수를 셌다.

절대 변하지 않는 기준을 정하자는 미터법 혁명은 1790년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단위 이름부터 먼저 정했다. 바로 ‘미터’. ‘치수’를 뜻하는 그리스어 ‘메트론’에서 따왔다. 무엇으로 1미터를 정할지를 두고 과학자들은 회의를 거듭했다. 갑론을박 끝에 북극에서 적도까지 지구의 길이를 재고 그 길이를 1000만 눈금으로 나눠 그 한 칸을 1미터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1792년 두 천문학자 들랑브르와 메솅이 지구의 길이를 재러 길을 떠났다. 들랑브르는 파리에서 북쪽 됭케르크까지, 메솅은 파리에서 남쪽 바르셀로나까지의 길이를 쟀다. 꼬박 7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길이를 계산했다. 각 지점에서 북극성을 바라보는 각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알면 그 사이 거리가 지구 전체의 몇분의 몇인지 계산할 수 있다는 기하학의 원리를 활용해서다. 드디어 확정된 ‘1미터’길이. 과학자들은 백금으로 1미터짜리 자를 만들어 나라마다 나눠줬다고 한다. 이 자가 바로 ‘미터원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터는 모든 단위의 기준이 됐다. 킬로미터·센티미터·나노미터 등은 물론 킬로그램도 미터에서 나온 단위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센티미터인 물의 무게를 ‘1킬로그램’으로 부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주의 크기를 계산할 때 쓰는 단위 ‘1광년’도 미터로 환산할 수 있다.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 9조5000억 킬로미터가 바로 1광년이다.

무심코 쓰는 ‘미터’의 세계가 이렇게 깊다. 책을 읽으며 지식이 확장되는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다. 딱딱한 수학 얘기, 역사 얘기를 말랑말랑한 동화처럼 발랄하게 풀어가는 저자들의 솜씨도 수준급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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