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목진석 '反李' 선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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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신예 강자 목진석6단(22)이 이창호9단의 기성 10연패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목6단은 4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성전 도전5번기 첫판에서 이창호9단에게 쾌승,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9단은 지난해 말에 열렸던 유창혁9단과의 명인전 도전기에서도 초반 2연패했다가 3연승을 거두며 역전하는 등 지난 1년간 국내 대회든 국제대회든 결승전에서는 단 한번도 패배한 일이 없어 과연 목6단이 난공불락의 이창호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이번 기성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9단은 현재 기성전 9연패를 거두고 있어 이번에 승리하면 10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목진석6단은 이미 16세 때인 6년전에 그해 최고의 신예에게 주어지는 신예기사상을 수상했던 유망주로 기성전에서는 이9단에게 한번 도전하여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목6단은 2년 전 KBS바둑왕전에서 이창호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여 비록 속기전이지만 최초로 정상 정복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창호 이후에 프로가 된 기사로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기사는 목6단 외엔 아직 없다.

이날 대국은 초반에선 흑을 쥔 목6단이 앞섰으나 종반에 들어설 때는 패색이 짙어보였다.

그러나 목6단은 종반 수읽기에서 예상을 뒤엎는 날카로운 강수를 성공시켜 회심의 역전승을 거두게 됐다.

이날 인터넷 중계를 맡아 적중률 높은 해설을 보여준 서봉수9단은 "목6단의 바둑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한판을 이겼으니 잘하면 5대5 승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며 목6단의 승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2002년의 바둑계 판도는 지난해처럼 최강 이창호9단이 독주하고 조훈현.유창혁9단 등 2강이 나머지를 쓸어가는 형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막강하다고 소문난 지 오래된 한국의 신예기사들이 대거 일어나 세대교체를 이루어 나갈지 기로에 서있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성전은 그 승부 결과가 바둑계에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2국은 25일 한국기원에 열린다.

박치문 전문위원

白 : 이창호 9단

黑 : 목진석 6단

목6단이 흑▲로 나왔는데 이 치명적인 강수에 난공불락의 이9단도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둔다면 백1인데 이때는 흑2가 준비된 수. 흑은 멋지게 살아가고 하변 대마가 못산 백은 3,5로 수습하는 정도인데 6,8에 이르러 대차가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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