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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인력 부족… 눈오면 눈앞이 '깜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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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7일 오전 출근차 아파트를 나서던 회사원 김영배(35.회사원.강서구 방화3동)씨는 난감했다.

새벽에 내린 눈.비로 아파트단지 도로가 꽁꽁 얼어붙어 자동차 운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주변 염화칼슘 저장함도 열어봤으나 텅 비어 있었다. 동사무소에 전화를 건 金씨는 "지난 연말부터 염화칼슘이 바닥났고 소형 염화칼슘 살포기는 고지대에만 배치돼 달리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듣고 운전을 포기했다.

서울시내 자치구 중 상당수가 제설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주택가 빙판길을 방치하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5백22개 동사무소 가운데 제설용 염화칼슘 살포기를 보유한 곳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2백6곳 뿐이다.

25개 구청 가운데 동사무소마다 1대 이상 염화칼슘 살포기를 보유한 곳은 중구.성동.강북.금천.강남구청 등 5곳에 불과하다. 송파구의 경우 동사무소가 28곳이나 되지만 염화칼슘 살포기는 모두 합쳐 4대 밖에 없다.

1999년부터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기능을 바꾸면서 상주 직원이 30% 이상 줄어 동사무소를 거점으로 한 제설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송파구 풍납1동사무소 관계자는 "동사무소 기능이 바뀌면서 16명이던 직원이 12명으로 줄었다"며 "제설민원은 한꺼번에 접수되기 때문에 처리하는 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성동구 등 일부 구청은 다양한 제설대책을 마련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청소년과 주민 9천명으로 구성된 '제설작업 주민자율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눈이 내린 지난해 12월 31일과 7일 새벽에 동원돼 골목길 결빙을 막았다.

구청측은 봉사단과 이면도로변 거주자에게 삽.빗자루 등 4천점의 제설장비를 지원했다.

또 성북구와 동대문구 등 소형 염화칼슘 살포기 보유대수가 적은 일부 구청은 이면도로 제설작업을 민간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 중랑구는 한밤중 눈이 내릴 때에 대비해 고지대에 24시간 용역원을 대기시켰다.

한편 재해극복시민연합(위원장 고진광)은 7일부터 '제설.제빙지역 신고센터'(02-755-2042)를 운영, 신고지역을 행정기관에 통보해주거나 직접 출동해 제설.제빙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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