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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종정 누가 될까…법전·원담스님등 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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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혜암(慧菴)스님이 입적하고 남겨진 조계종 종정이란 자리.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자리에 누가 오를까. 큰스님의 다비식이 아직 열리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절집 내외의 관심은 후임 종정에 쏠리고 있다.

조계종의 헌법인 종헌은 "종정은 본종의 최고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宗統)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6장 19조)고 명시하고 있다. 정신적이며 선언적인 권위지만 불교계를 대표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날이나 연말연시에 불교계를 대표해 법어를 발표하는 것도 종정이다. 종정이 지닌 실질적인 권한이라면 징계에 대한 사면.복권 등이 있지만, 대개 총무원에서 결정해 재가를 받는 절차상의 권한이랄 수 있다. 종단살림을 꾸려가는 실무적인 권한은 대부분 총무원장이 갖고 있다.

일단 종헌상 종정에 오를 자격요건으로는 '세속의 나이 65세 이상, 출가후 법랍(法臘) 45년 이상'등의 조건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조건은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 종정 물망에 오를 고승이면 누구나 충족가능한 조건이다. 문제는 불교계 전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수행력과 종단내 위상이다. 선종의 전통을 자랑해온 조계종이기에 종정은 오랜 수행을 거친 선승(禪僧)이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후보는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5대 총림(叢林.선방과 강원,율원등을 모두 갖춘 큰 절)의 정신적 리더인 방장 스님들이다. 가장 먼저 해인총림(해인사)의 방장 법전스님을 꼽을 수 있다. 법전스님은 성철-혜암으로 이어지는 해인사의 법통을 잇고 있고, 또 혜암스님의 뒤를 이어 원로회의 의장 자리를 맡고 있다.

영축총림(통도사)의 월하, 조계총림(송광사)의 보성, 덕숭총림(수덕사)의 원담, 고불총림(백양사)의 서옹 방장스님들도 모두 종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후보군에 속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최근 복권된 월하스님이나 이미 종정을 지낸 서옹스님을 재추대할 가능성은 높지않아 보인다.

방장이 아닌 스님으로는 해외포교에 많은 업적은 남긴 서울 화계사 조실 숭산스님, 조계종 직할 선방이 있는 문경 봉암사 조실 서암스님, 인천 용화사 송담스님, 김천 직지사 조실 관응스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종정이 입적해 후임을 뽑는 경우엔 관례상 열반에 든 종정의 49재를 지낸뒤 논의를 시작한다. 논의에 참가하는 사람은 원로회의 의원 전원과 총무원장.호계원장.중앙종회의장 등 조계종단 3부 수장들. 이들이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한뒤 추대회의에서 재적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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