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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스페인에서 왔어요, ‘찰떡궁합’ 발효햄 하몽과 코돈 니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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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 15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곤지암리조트의 라그로타. 이곳은 와인 10만 병 보관 능력의 인공 동굴식 와인 저장고를 둔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이날 저녁엔 특별한 주제의 행사가 열려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스페인 전통 음식 ‘하몽’이 그 주인공이다.

하몽은 돼지의 넓적다리와 어깨살을 숙성시킨 발효햄을 말한다. 15세기 스페인 무적함대의 비상식량으로 사랑받았던 하몽은 최근 캐비아·푸아그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급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식탁 위의 황금으로 불리는 ‘이베리코 하몽’ 덕택이다.

이베리코 하몽은 스페인 하부고 지역에서 15개월 동안 방목한 흑돼지로 만들어진다. 도축 3개월 전부터 도토리만 먹여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이다. 바닷가에서 천일염과 바람으로만 숙성시키기 때문에 짜지 않으면서도 향기롭다. 36개월이 넘는 숙성 기간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해 kg당 30만~40만원을 호가한다.

이날 라그로타에선 스페인에서 직접 공수한 이베리안 흑돼지 다리를 해체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를 위해 스페인에서 하몽을 전문적으로 자르는 ‘하몽 마에스트로’까지 등장했다. 스페인 햄회사 싱코 호타스의 수석 하몽 마에스트로인 세베리아노 산체스는 “한국에선 돼지 족발이 저렴한 부위라고 들었지만 오늘 선보인 다리는 150만원 정도”라며 “며칠 전 상하이 엑스포에서 세계 각국 귀빈들에게도 선보여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몽 덕분에 주말 저녁이었지만 라그로타엔 VIP들로 북적거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까지 직접 방문해 하몽을 즐겼을 정도. 라그로타를 운영하는 서브원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평소 하몽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방문할진 몰랐다”고 전했다.

하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보유한 스페인에선 ‘와인을 마시면 하몽이 당기고, 하몽을 먹으면 와인이 당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하몽과 와인의 궁합이 뛰어나다. 이날 하몽과 함께 등장한 와인은 스페인 최대 카바 생산자 중 하나인 ‘프레시넷’(Freixenet)의 코돈 니그로(사진)였다.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을 ‘스푸만테’라 부르듯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은 ‘카바’라 칭한다. 레몬과 사과 등 싱싱한 과일향이 돋보이는 코돈 니그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샴페인의 생산 방식을 따르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파티에선 빨대를 꽂아 마실 만큼 부담 없는 이미지도 강점이다. 라그로타의 김희전 소믈리에는 “카바의 부드럽고 반듯한 신맛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하몽을 감싸며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며 “최고의 애피타이저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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