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알데 아르헨티나 새 대통령 시장경제 거부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약 2년 임기를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에두아르도 두알데 신임 대통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날 페소화 평가절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2일에는 자유시장경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아르헨티나는 지금 시장경제 정책으로 자금이 거덜났다"며 "이제부터는 낡아빠진 경제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시장을 살리고 부의 재배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 스트리트 저널(WSJ)등 외신은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등 외부 입김에 좌우돼온 아르헨티나가 앞으로는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선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인기를 중시하는 페론주의자로 분류되는 두알데가 외국 자본과 충돌을 빚더라도 자국 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을 앞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이 "아르헨티나는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표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증시는 새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환영했다. 2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지수가 전날보다 9.58% 오른 323.69를 기록했다. 국채 가산금리도 이날 크게 하락, 43.81%를 나타냈다.

'1달러=1페소의 고정환율제(페그제)폐지와 관련, 두알데 대통령은 4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예정이다. 유력 일간지인 라 나시온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페그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페소화 가치를 30% 가량 떨어뜨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경우 달러로 빚을 얻어쓴 기업과 개인들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고, 인플레가 재발할 위험이 있어 보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환율 변동폭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고, 달러로 나간 은행대출금과 각종 상거래 계약을 전면 페소화로 바꾸는 방안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민심 악화의 직접 원인이 되고 있는 예금인출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급여통장의 경우 인출한도를 현재 월 1천페소에서 1천5백페소로 올리는 방안이다.

두알데 대통령은 전날 취임연설에서 "페소로 예금된 돈은 페소로, 달러로 예금된 것은 달러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말 폭동사태 후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는 대기업 주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예금인출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동시 상장 회사의 주식을 이곳 증시에서 산 뒤 뉴욕증시에서 되팔면 외화를 합법적으로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정완 순회특파원, 서울=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