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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항복 협상은 시간벌기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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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피 중인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가 과연 잡힐까. 오마르의 소재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반(反)탈레반 군벌들을 앞세워 추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오마르는 현재 탈레반 잔당 2천여명의 보호를 받으며 칸다하르에서 북서쪽으로 1백60㎞ 거리인 헬만드주 바그란 지역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르는 지난달 초 탈레반 본거지 칸다하르를 현지 군벌에게 내준 뒤 군사기지가 산재한 산악지역 바그란으로 퇴각했다.

미군 당국은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오마르 체포를 위한 군사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칸다하르와 헬만드주 일대를 지배하고 있는 군벌인 굴 아가 시르자이의 병력 수천명을 바그란으로 이동시키고 육군특수부대원 40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또 B-52 폭격기 등 공군과 해병대,공수부대를 즉각 투입할 태세를 갖췄다.

이 가운데 현지 군벌들은 탈레반 측과 지난해 12월 30일부터 투항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사령관들은 "협상조건 속에 오마르의 신병인도가 포함돼 있으며 만약 거부할 경우엔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당국은 탈레반 잔당이 순순히 오마르를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항 협상에 응하는 것은 오마르가 좁혀오는 포위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협상에 참여한 반 탈레반 간부 하피즈 울라는 3일 "탈레반 잔당들이 무기 반납 등을 위해 4일간의 여유를 요구했다"면서 "이는 탈레반 주요 지도자들이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한 속셈"이라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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