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스타열전] ③ 아르헨티나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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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북반구에 지네딘 지단이 있다면 남반구에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는 에르난 크레스포(라치오).가브리엘 바티스투타(AS로마) 투톱과 신예 하비에르 사비올라(바르셀로나)의 무서운 득점포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들의 막강 화력도 출발점을 따져보면 베론의 발끝에 모인다.

오른쪽 어깨에 큼지막하게 새겨넣은 '체 게바라' 문신과 시원하게 밀어버린 스킨헤드도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지만, 베론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자로 잰 듯 정확한 스루패스와 경기를 읽는 폭넓은 시야, 그리고 폭발적인 오른발 슈팅을 지녔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아르헨티나 에스투디안테스와 국가대표팀에서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린 후안 라몬 베론의 아들인 베론은 아버지를 따라 여섯살 때부터 에스투디안테스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시작한다. 그의 별명 '작은 마법사' 역시 '마법사'라는 아버지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94년 본격적인 프로무대에 뛰어든 베론은 96년 남미 축구명문 보카 주니어스로 이적해 17경기에서 세골을 기록하며 유럽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된다. 1년도 안돼 이탈리아 세리에A의 삼프도리아에 진출한 베론은 두시즌 동안의 활약을 통해 스물한살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베론이 진가를 나타낸 것은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서다. 바티스투타와 함께 호흡을 맞춘 베론은 월드컵 무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같은 해 파르마로 이적한 뒤 소속팀에 이탈리아컵과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안긴다.

빛나는 활약이 곧바로 돈으로 환산되는 게 프로무대. 이듬해인 99년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몸값(3천1백만달러)을 기록하며 명문팀 라치오로 이적했고, 곧바로(99~2000시즌) 팀에 세리에A 우승 타이틀을 안기며 밀레니엄 스타로 부상한다. 불과 2년 새 파르마와 라치오에 세 개의 타이틀을 선물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 숫자를 줄이기 위한 소속구단 라치오의 불법여권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베론은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이탈리아를 떠난다. 그가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는 비록 지단과 피구의 이적료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 이적료(3천3백60만달러)를 기록한다. 베론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3천만달러가 넘는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아르딜레스(78년).마라도나(86,90년) 등 아르헨티나의 공격형 미드필더 계보를 잇는 베론이지만 오밀조밀하면서도 현란한 플레이의 아르딜레스.마라도나와는 달리 1m86㎝.80㎏의 육중한 체구에 나오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발군의 헤딩력을 바탕으로 선 굵은 플레이를 펼친다.

윌리엄 힐을 비롯한 유럽의 도박사들로부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 아르헨티나. 조별예선에서 잉글랜드.스웨덴.나이지리아와 함께 '죽음의' F조에 속했으면서도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배경을 한 단어로 설명하라면 바로 '베론'이다.

장혜수 기자

*** 베론은…

▶국적=아르헨티나

▶소속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생년월일=1975년 3월 9일

▶신체 조건=1m86㎝.80㎏

▶A매치=45경기,7골(데뷔는 96년 6월 20일 폴란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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