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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캐릭터가 좋아…식기·의류·소품으로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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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지난해 가을 결혼한 새내기 주부 김은경(29.서울 가양동)씨는 신혼 살림으로 스누피가 그려진 식기세트를 구입했다.

귀여운 스누피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기분이 즐겁고 경쾌해지는 것 같다는 게 김씨의 얘기. 우아한 꽃무늬를 추천했던 친정 어머니는 "애도 아닌데 무슨 만화 그림 그려진 그릇 세트냐"며 만류했지만 김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월드 키친사의 '코렐'은 스누피.미피 등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만화속 캐릭터를 이용한 성인용 식기를 내놓았다.

이 회사 정아영 대리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캐릭터를 어른이 된 후에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소비자들의 기호가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에 캐릭터 식기의 호응이 예상보다 높다"고 말한다.

어린이용 문구나 팬시 제품이 주를 이루던 캐릭터 제품들이 최근 20, 30대용 패션 소품이나 식기.의류에까지 폭을 넓혀가고 있다.

캐릭터는 각각의 매니어를 형성하는 게 또 하나의 특징. 독특한 이름과 외모로 사랑을 받는 캐릭터는 나름의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을 가지면서 마치 생명체와 같이 인식되기 때문이다. 매니어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교류하면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이는 디즈니 만화로 대변되는 외국산 캐릭터뿐 아니다.

㈜이랜드에서 지난해 5월 탄생시킨 국산 캐릭터 '티니위니'는 수컷.암컷.아기 곰돌이 등 세마리의 곰 캐릭터. 티니위니는 대학생들뿐 아니라 20대 후반까지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쌈지에서 개발한 캐릭터 '딸기'가 그려진 의류.신발.가방도 인기다. 딸기는 가분수처럼 머리도 크고 작은 눈의 심술 궂은 여자 아이 캐릭터. 엽기적인 외모가 최근의 유행 흐름과 맞아 떨어졌다.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캐주얼 브랜드뿐 아니라 30대까지 겨냥하는 일반 의류 브랜드에서도 이런 경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여성 의류 브랜드 'SJ'의 고양이,'바닐라비'의 암소, '오즈세컨'의 오리 등이 지난해 인기를 끌었다. 화장품에도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이 등장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 선보인 호주의 색조 화장 브랜드 '블룸'(Bloom)은 블룸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여자 캐릭터의 얼굴이 화장품 케이스에 그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캐릭터 제품의 인기에는 고립된 현대인들의 정서가 녹아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컨텐츠진흥원 엄윤상 캐릭터만화팀장은 "사람들은 바쁘고 외로울수록 애착을 줄 대상을 필요로 한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하다"고 말했다.

원래 기업들이 상표 이미지를 높이려고 개발한 캐릭터가 나름의 생명력을 지니고 몇십년씩 유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최근의 캐릭터 제품 열풍은 2002년 봄.여름 패션.뷰티의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챤 디올에서 올 봄 내놓은 패션 제품 중에도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아예 만화를 그대로 차용한 작품을 내놨다.

크리스챤 디올의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올 봄 테마를 만화에서 따왔다. '망가룩'이라고 이름 붙인 올 봄 화장품의 테마는 스스로 일본 만화의 주인공이 돼 만화적이고 귀여운 외모를 표현하는 형식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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