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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스타열전] 1. 최용수 현지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일본 도쿄(東京)에 첫 눈이 내린 지난해 12월 21일.

전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찾아간 지바현 이치하라시의 제프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오전 훈련을 끝내고 샤워를 마친 최용수 선수가 모자를 눌러쓰고 나타났다. 그가 축구단 구내식당으로 안내했다. 허름한 가건물이었지만 메뉴는 괜찮았다. 평소 식사를 대부분 해결한다고 했다. 점심을 마치고 이치하라 시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J리그 첫해 기대 이상의 성적(21골.득점 2위)을 올린 때문인지 최선수의 표정은 무척 밝았고 여유도 있어 보였다.

"다른 일에 신경쓰지 않고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조용하게 자신을 돌아보면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한 것 같다."

확실히 최용수는 달라져 있었다. "동료를 배려하는 플레이를 하면 내게 더 많은 찬스가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순간 과거 독불장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철든 독수리'최용수는 월드컵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밝혔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폴란드가 가장 큰 변수다. 포르투갈이 폴란드를 결코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일본에서 TV로 폴란드 대표팀 경기를 두 번 봤다. 정말 대단한 팀이었다. 테크닉이 뛰어난데다 체력도 강해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는 폴란드와 비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섣불리 이기려고 덤비다가는 역습에 능한 상대에게 당할 것이다. 미국을 이기고 1승1무1패나 1승2무를 해 놓고 그 이후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이 달라졌다고 보나.

"응집력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편견 없이 선수를 기용하기 때문에 젊은 선수와 고참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히딩크 감독이 최선수에게 요구하는 것은.

"미드필드에서는 쉽게 쉽게 플레이 하되 전방에서는 상대 수비가 위협을 느낄 수 있도록 움직이라는 것이다. 또 마인드 컨트롤을 강조한다. 나한테 볼이 안오고 게임이 안 풀려도 절대 흥분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월드컵을 앞둔 각오는.

"대표팀이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해 왔으니까 결과도 좋을 것이라 믿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기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량의 80% 정도만 끌어낼 수 있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일본에 와서 가장 많이 성장한 점은.

"움직임이다. 스트라이커로서 언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야나기사와(가시와) 등 젊은 선수들에게서도 많이 배웠다."

결혼 얘기를 꺼내니 "사실 여자 친구가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다. 신상을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며 낯을 붉혔다.

이치하라=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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