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파키스탄 대화제의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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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키스탄이 인도에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28일 "파키스탄은 전쟁 아닌 평화를 원한다"며 내년 1월 4일 네팔에서 열리는 남아시아 협력협의체(SAARC) 정상회담에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는 29일 즉각 거부의사를 밝히고 "파키스탄이 테러단체들에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할 때까지 국경지대에 병력 수만명을 증파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도 총리 역시 SAARC에 참석할 예정인 만큼 회담기간 중 양국정상이 조우할 가능성이 커 사태해결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29일 경계지역에서 포격전을 벌여 11명이 숨졌으며 병력을 계속 증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인도북부 아그라의 시당국은 파키스탄의 공습에 대비해 세계적인 관광지인 타지마할을 녹색천으로 위장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관리들이 밝혔다.

그러나 양국이 경제.정정불안과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초래할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서방 언론들의 분석이다.

다만 인도가 파키스탄의 대화제의를 일축한 것은 '반(反)테러'분위기를 타고 수세에 몰린 파키스탄을 최대한 압박해 수십년간 인도를 괴롭혀온 카슈미르 분리세력을 뿌리뽑으려는 포석이란 것이다.

파키스탄은 테러가담 혐의자 30여명을 체포하는 등 전에 없는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있으나,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게 인도측의 시각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재도 가중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 인도 의사당 총격사건 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러시아.독일.프랑스 등도 이날 양국에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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