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조훈현-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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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08로 건너뛰자 하변에 거대한 白집

제5보 (101~124)=백△를 보며 쥐어짜듯 장고에 빠졌던 馬9단은 신경질적으로 손을 뻗어 101 끼우더니 103, 105로 돌파한다.

하변 108 자리를 뛰고 싶어 몸살이 나는 장면이지만 이 곳을 막혀서는 더욱 견딜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106을 선수한 다음 108에 한칸 뛰자 누가 임자인지 모를 땅이던 하변에 백의 대궐이 지어졌다. 신기루처럼 출현한 백집은 줄잡아 40집.

曺9단은 국후 "어떻게 된 바둑인지 집이 하나도 없었는데 순식간에 부자가 됐다"며 흐흐흐 웃고 있었다.

109 밀었을 때 110부터의 수순도 참으로 날카롭다. 흑A가 절대 선수인 곳에서 백은 두점을 사석으로 해 절묘한 역끝내기를 해치운 것.

曺9단의 손바람에 당황한 것일까. 사실 이 바둑은 아직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초반에서 중반까지 그토록 잘 두어온 馬9단은 이 때부터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무너지게 된다.

우선 당연해 보이는 121이 굉장한 실수다. 이 수는 '참고도' 흑1을 선수한 다음 좌변을 차지해 두는 것이 컸다. 121은 얼핏 절대 선수처럼 보이지만 曺9단이 알토란같은 122로 손을 돌려버리니 馬9단은 아차 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없다.

123으로 힘껏 뛰어들었으나 曺9단은 노타임으로 124 붙여온다. 122를 둘 때 이미 준비해뒀던 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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