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업체들 유로화·엔저 대처 '환 고민'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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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수출 기업들이 새해를 앞두고 두가지 '환(換) 고민'에 빠졌다.

내년 1월 1일 도입될 유로화 대비와 최근 불거진 엔저 대처가 그 것이다.

유로 통용은 결제방식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격변할 유럽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세계시장에서 번번히 일본제품과 부닥치고 있어 엔저는 수출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 유로 고민=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대비를 해왔지만 중소기업들은 고민이 많다. 최근 무역협회가 2백5개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유로화 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 다섯곳 중 세곳은 거의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지 시장을 파고 들기 위한 영업 전략을 세운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중소기업들이 통화 장벽이 없어짐에 따라 역내 무역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역외국인 우리의 수출은 불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들은 환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소액 유로화 헤징 등 은행의 유로화 통용 대비가 거의 안돼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삼성.LG.SK 등은 그러나 1999년부터 유로화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환담당자 교육을 시키는 등 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 엔저 고민=전자.철강 등 제조업체들은 수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환율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책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주가관리 차원에서 의연한 체 하는 것"이라며 "자동차.전자.조선 등 주력 수출제품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종합상사들은 한국제품 팔기가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해 외국에서 사서 외국에 파는 삼국간 거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지금보다 내년 상반기 이후가 문제라고 우려한다.

아직 수출제조업체들에 엔저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정거래의 경우 분기별로 계약하고, 수시 주문도 2~3개월 정도 앞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은 영향이 나타날 때가 아니다. 그러나 2~3개월 후부터는 엔저 영향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무협 신승관 조사역은 "일본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극적으로 가격을 내릴 경우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김신 이사는 "결국은 제조업체들이 일본 상품과 정면 대응해 이길 수 있을 만큼 국내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것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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