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기준 완화를" 현직 법관 주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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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직 판사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완화하고 단속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설민수(薛敏洙.사진)판사는 26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실은 '음주운전 처벌의 몇가지 문제점 연구'라는 논문에서 "음주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해외 연구결과로 볼 때 한국의 현행 음주운전 형사처벌 기준(혈중 알콜농도 0.05%)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薛판사는 "여러 논문은 혈중 알콜농도 0.08% 이상이 돼야 운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0.05% 이상이면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현 제도를 바꿔 0.05~0.08% 상태는 행정처분(면허정지 등)만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제시했다.

薛판사는 미국의 고속도로교통안전청이 전국적으로 혈중 알콜농도 0.08%를 음주운전 단속 기준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술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된다(41조)'고 정하고 운전이 금지되는 술취한 상태의 기준을 혈중 알콜농도 0.05% 이상(시행령 31조)으로 하고 있다.

또 이 기준을 위반하고 음주운전을 하거나 경찰의 측정요구에 불응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薛판사는 "경찰이 아무 곳에서나 하는 임의적 음주단속은 법적 근거가 없고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취급하는 '경찰국가'적 발상이며, 법원도 오류 가능성이 큰 임의적인 단속 수치를 재판 증거로 채택하고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薛판사의 주장에 대해 경찰청 이명규(李明圭)교통안전과장은 "미국의 일부 주(州)와 호주 등지에서는 초보운전자에 대해 혈중 알콜농도 0.02%인 경우도 처벌하는 등 각국이 처벌 강도를 높이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임의적 음주운전 단속은 경찰관이 교통안전을 위해 운전자의 음주여부 측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李과장은 또 "薛판사의 주장은 올해 교통사고 중 음주사고가 11.0%로 지난해(9.7%)보다 높아졌고 음주 단속 건수도 지난해보다 29% 늘어난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국내에서 혈중 알콜농도 0.10% 미만의 운전자가 낸 사고로 2백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강주안.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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