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별! 올해의 인물] 타계한 국내외 명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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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비롯해 김기창(金基昶)화백과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 사주, 영화배우 앤서니 퀸,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 등이 영면(永眠)했다.

'한국화의 피카소'로 불리던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은 1월 23일 충북 청원군 내수읍 자택에서 별세했다. 88세.

그는 일곱살 때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었으나 독자적인 예술영역을 구축, 20세기 한국 현대화단에 큰 족적을 남겼다.

왕성한 창작열로 1만5천여점의 작품을 토해냈지만 한번도 자신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았다.'청록산수''바보산수'등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질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또 할리우드의 풍운아 앤서니 퀸은 6월 3일 미국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호흡곤란으로 삶을 마감했다. 86세. 그의 친구 빈센트 버디는 "그는 자신의 인생보다 훨씬 위대했다"고 말했다.

퀸은 LA 빈민가에서 구두닦이.신문팔이.전기수선공.내기 권투선수 등을 하며 잡초처럼 자랐다. 1933년 연극배우가 됐으나 발음이 좋지 않아 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자유롭고 정열적인 그는 '길''노틀담의 곱추''나바론''아라비아의 로렌스''희랍인 조르바' 등에서 주연을 맡아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화가.조각가로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예술이 없다면 삶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미국이 낳은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자 언론인'으로 평가받는 워싱턴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 명예회장은 7월 17일 미국 아이다호의 한 병원에서 영면했다. 84세.

그는 시카고대를 나왔고 아버지가 사주로 있던 워싱턴 포스트에 기자로 입사, 언론과 인연을 맺었다. 63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그는 일개 지방신문을 세계적 일류신문으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사업다각화에도 힘써 신문사의 경영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신문사는 재정적으로 건실해야 공명정대한 보도자세를 견지할 수 있다'는 소신을 실천했다.

닉슨 정부의 집요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워싱턴 포스트가 '워터게이트'특종을 하도록 이끈 용기는 언론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자서전 『개인의 역사』는 98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20세기 최고의 팝그룹인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은 11월 29일 미국 LA에서 숨을 거뒀다. 58세.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난 그는 음악학원에서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를 만나면서 비틀스 신화쌓기를 시작했다.

타고난 침착함과 섬세함으로 유난히 자기 주장이 강한 동료들을 하나로 모아 위대한 음악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70년 비틀스 해산 후엔 방글라데시 기아돕기 등 자선공연을 꾸준히 펼쳤다.

지난 4년간 폐암.뇌종양과 싸운 그는 우리 마음속의 별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밖에 국내에선 언론인 송건호씨, 정치학자 윤천주씨, 전 법무부장관 신직수씨, 변호사 오제도씨 등이 별세했다.

또 외국에선 독일 좌파작가 슈테판 하임, 그린피스 공동창설자 데이비드 맥타가트, 애니메이션 제작자 윌리엄 해너, 영화감독 겸 제작자 스탠리 크레이머 등이 세상을 떠났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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