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2002년초 제 3화폐 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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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파산상태에 빠진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년 1월에 제3의 화폐 '아르헨티노'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내년 1월 초 1백억달러 규모의 아르헨티노를 발행, 이 돈으로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고 정부물자 등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화폐는 당장 급한 정부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24개 지방정부는 이미 자금이 부족해 페소화 대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무이자 채권(약식 차용증)을 공무원들의 월급으로 지급해왔다.

그러나 이 돈은 달러화로는 교환되지 않는다. 이제 중앙정부도 이런 용도의 새 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새 화폐는 '1달러=1페소'라는 고정환율제(페그제)유지에 따른 부작용 해소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조치가 경제난국 돌파에 열쇠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오히려 인플레만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 화폐의 앞날이 극히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보증한다 해도 이미 정부의 신뢰가 추락한 상태여서 상점들이 새 화폐를 받겠느냐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페론당이 페소화 평가절하를 막아보려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정완 순회특파원, 서울=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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