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유하 '삼킬 수 없는 노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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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람들아,응시하라

삼킬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머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

이슬을 머금은 풀잎

봄비를 머금은 나무

그리고

끝내 삼킬 수 없는 노래의 목젖,

나도 한세상

그곳에 살다 가리라

-유하(1963~)'삼킬 수 없는 노래' 중

'시크리드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갓 부화한 새끼들을 제 입 속에 넣어 기른다/새끼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로/그들은 자신의 입을 택한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미소처럼 머금은/ 시크리드 물고기' - 위에서 생략한 이 시의 첫째 번 연입니다.

사전은 "머금다"를 "입 속에 넣어 씹거나 삼키지 않은 채로 가지다"와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마음속에 가지다"로 뜻풀이해 놓았데요. 내뱉지도 삼키지도 못한 채 입 속에 머금은 말이 자라서 어느 날 시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구강이 청결해야 건강한 시가 나오지 않을까요?

김화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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