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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흑자 시대] 中. 보험 적용 확대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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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전동 휠체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본부 이사장실을 점거했던 장애인들이 벽체를 부수고 진입한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전동휠체어를 쟁취하자."

지난달 28일 오후 장애인 30여명이 이 같은 구호를 내걸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건강보험회관 이사장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밤샘농성을 벌이다 다음날 오전 경찰에 전원 연행돼 대부분 불구속 처리됐다. 이들은 전동휠체어를 마련하는데 350만~750만원이 드는데 24만원밖에 건강보험이 안돼 구입비 전액에 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뿐이 아니다. 건강보험이 올해 적자를 완전히 털어낼 것으로 전망되자 보험을 새로 적용하거나 확대해 달라는 요구들이 분출하고 있다. 하나같이 절박하지 않은 게 없다.

◆ 보험 확대 어떻게 할까=건보공단에 따르면 2001년 전체 진료비 중에서 환자가 낸 돈은 34.5%에서 올해 43.6%로 9.1%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 비보험 진료비도 7.6%에서 21.3%로 급증했다. 2001년 보험재정이 파탄 나자 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하면서 비보험 진료비가 크게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보험을 확대할 때 중증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해 12월 백혈병 환자 70여명의 비보험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초음파 진단, 식대, 특진료, 상급 병실료 순으로 부담이 컸다.

국립암센터 박은철 책임연구원은 "질병 치료 기여도와 환자 부담을 따져 보험을 확대하는 게 맞으며 그런 측면에서 초음파 진단의 보험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MRI는 내년에 일부 보험이 되지만 초음파는 1조4000억원이 든다는 이유로 2007년으로 미뤄져 있다.

중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에 시행한 제도가 본인부담금 상한제다. 6개월간 보험이 되는 진료비 중에서 환자가 내는 돈을 300만원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비보험 진료 부분은 빠져 있어 중환자 부담 경감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제대 김진현 교수는 "식대는 치료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보험을 적용하는 게 맞고 2, 3인 병실도 단기간 입원 중심으로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노인 틀니▶예방접종▶얼굴화상환자▶인공달팽이관▶간.심장 등의 이식수술 등에 보험을 적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이후 건보 재정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본 뒤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94년 180일로 묶여있던 보험적용일수를 2000년 무제한으로 풀었다가 재정이 악화하자 2002년 다시 365일로 묶은 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케일링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박은철 책임연구원은 "흑자가 났다고 해도 보험료를 꾸준히 올려야 하며 이 돈으로 보험 확대 재원으로 활용하고 전체 진료비 지출의 절반 정도(올해 기준 8조원)를 적립금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 수가 결정 방식 바꿔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병.의원과 약국, 한의원 등의 원가를 조사한 결과 제각각이었다. 동네 의원의 경우 원가가 수가보다 낮았지만 약국이나 대학병원 등은 높게 나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년 수가를 올릴 때 같은 비율로 올린다. 각각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하나의 제도로 돼 있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병원과 약국, 치과 등의 수익과 비용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수가 결정도 따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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