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반응] 한국 "다 알려진 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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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학자들 상당수는 일왕 아키히토의 발언이 기존의 학설과 일부 발언들에 비해 한 걸음 진척한 내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발언의 의도는 둘째치고라도 일왕이 왕실의 뿌리가 한반도계에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기동(李基東.동국대 교수.백제사)=1984년 현 일왕의 부친인 히로히토가 비슷한 얘기를 했다. 당시 내용이 추상적이었음에도 우리 학계는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아키히토 발언은 이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의미를 크게 달자면 신으로 군림하던 일본천황이 인간으로 내려온 것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간무왕이 백제계라는 점은 학계에서 이미 많이 거론된 것이다. 왜 이런 발언이 나왔는지, 월드컵 행사에 참여키 위해 사전에 분위기를 조성코자 한 것인지 궁금하다.

▶김태식(金泰植.홍익대 사범대.한국고대사)=일왕의 발언은 '속일본기'에 나와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만큼 학자들 사이에는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다. 간무 천황의 생모인 그 주인공은 다카노 미가사다.

▶김현구(金鉉球.고려대 사범대교수.일본고대사)=백제 등 삼국과 일본의 관계는 거의 일본 기록에 의존하는데 사실확인이 안된 부분이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백제가 일본에 선진문물을 전해주고 일본은 백제에 군사력을 지원하는 특수한 용병관계를 가지면서 인적교류 또한 매우 활발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학자 이희근(李熙根.『우리역사의 수수께끼』저자)=일 왕실의 근원에 대한 기록은 일본서기 등 일본 기록을 통해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기록에도 몇 가지가 있지만 자세한 분석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일왕의 발언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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