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대담] 기독 음악인 송정미 교수·현정수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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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개신교와 가톨릭이라는 차이는 이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노래로 다가가 '큰 사랑'을 알리고자 하는 '음악인'이라는 공통점이 더 중요했다.

서울 서초동 한전아츠풀센터. 로만 칼라의 사제복 위에 흰색 털스웨터를 입은 玄신부와 검은 블라우스 차림의 宋교수는 금색별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환한 웃음으로 첫 인사를 나눴다.

"제가 군대에서 '축복송'을 처음 들었는데,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노래는 제가 목소리가 하나도 안나오는 고통을 겪으면서 만든 노래예요. 시련을 이겨내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많은 분에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어느새 십년지기처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도착한 곳은 텅 빈 무대. 눈이 부시도록 밝은 조명 한가운데에 까만 윤이 나는 한 대의 피아노가 조용히 서 있었다."피아노 못친다"던 玄신부가 부드럽게 건반을 어루만지자 자연스럽게 宋교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때로는 너의 앞에 어려움과 아픔 있지만/담대하게 주를 바라보는 너의 영혼/너의 영혼 우리 볼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너의 영혼 통해 큰 영광 받으실/하나님을 찬양 오 할레루야/…"(송정미 작사 작곡 '축복송'중에서)

이번에는 宋교수가 물었다. 자기 시간이 많지 않은 신부님이 어떻게 올해 두 차례나 전국 순회공연을 할 수 있었는지를.

玄신부는 "공연이 아니라 기도라고 생각했다"며 "나를 없애야 하는 성직자와 나를 내세워야 하는 예술가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지않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교시절 고민을 훌훌 털고 일어났을 때 지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며 건반을 두드렸다.

"때론 가야할 길을 알면서도/갈 수 없는 그럴 때가 있다는 걸/우린 인정해야 한다고 느낄 때/물었던 그것이 딜레마/과연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알면서 모른체 그러는 것인지/하늘과 그대만이 알아요/자신을 속이지 마요/…"(현정수 작사 작곡 '딜레마'중에서)

이들이 공연 전 여는 의식은 특이하다.宋교수는 객석 하나하나에 손을 대고 그 자리를 찾을 관객을 위해 기도를 한다. 玄신부는 단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무대로 나선다. 공연 하나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의미다.

이야기 주제가 크리스마스로 옮아가자 宋교수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이제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흥청망청대는 축제, 팔리는 상품이 돼버린 크리스마스. 하지만 이날이 어떤 날인지 모르는 게 아닐까요. 이 날의 주인공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玄신부 역시 "가치기준이 돈.명예.섹스로만 설명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며 "2천년 전에 이미 '나'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신 분이 계셨다. 그 분의 커다란 사랑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아무 가치도,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宋교수는 네 번째 앨범에서부터 낙태.소년소녀 가장.노숙자.북한 등 이른바 사회성이 가미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가수는 노래로서 말한다"는 宋교수는 "가진 것을 나누면 배가 된다"고 이웃사랑을 강조했다.

청 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문화담당 신부로서, 교수로서, 이 두 사람이 쏟는 관심은 지대했다. 玄신부의 말을 빌리자면 '햄스터를 키우듯'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이 잘못했다고 꾸짖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는 '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죠.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풀어집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이해받고 싶은 거예요."(玄신부)

"저는 학생들에게 뭘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실수했던 얘기를 들려줄 뿐입니다. 대신 학생 하나하나를 꼭 안아줍니다. 전 음악에는 영혼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요. 가수는 치유자의 능력을 실천하는 통로지요. 아이들이 이 사실만은 알았으면 좋겠어요."(宋교수)

"현실에 머물지 말고 보다 높은 세계로 가라"는 玄신부와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쁨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라"라는 宋교수의 조언은 청소년들뿐 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9.11 테러가 모든 사람에게 상심을 준 올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로운 이웃,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을 서성대고 있다. 玄신부와 宋교수는 잠시 소근대더니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했다.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주님은 우리 연약함 아시고/사랑으로 인도하시네/…"(작사 작곡 미상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할 때'중에서)

옛날 우리의 할머니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두 손 모아 빌었다. 그리고 이제 날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무대를 내려와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그들이 떠난 뒤에도 노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지금도 세상 어디에선가 불리워지고 있을 터였다.

"누군가 널 위해 간절히 기도하네/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글=정형모, 사진=최정동 기자

*** 송정미 교수는

*** 송정미 교수는

송정미 교수(http://www.songjungmee.org)는 연세대 성악과 3학년 때인 1988년 CAM 주최 제1회 전국 대학생 복음성가 경연대회에서 '귀한 이름 예수'로 금상을,89년 극동방송 주최 제8회 전국 복음성가 경연대회에서 '오직 주만이'로 대상을 수상했다.88년 뮤지컬 '가스펠2'에서는 소냐 역을 맡기도 했다.

91년 데뷔앨범 '잃어버린 영혼을 향하여'이래 '복있는 사람은'(94),'이전보다 더욱'(96),'지금 여기에'(99) 등과 라이브 앨범 등 다섯 장의 앨범을 내놓았다.이 음반들은 모두 1백50만장이 넘게 팔렸다.

94년부터는 북미.유럽.아시아 등지를 돌며 무대에 서왔다. 특히 2000년 예술의전당.LG아트센터와 올해 초 부산 KBS 홀에서 열린 총 13회의 공연에서는 전 좌석 매진의 기록으로 2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현재 CBS-FM '송정미의 I Love Jesus'와 케이블채널42 기독교TV '송정미의 아름다운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남편 곽수광(40)목사와 함께 국제복음주의학생연합회(KOSTA)에서 벌이는 해외 한인유학생 선교활동 역시 그녀가 큰 의미를 두는 일 중 하나다.

*** 현정수 신부는

'이노주사'는 '이렇게 노래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또는 '이대로 노래판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이란 문장에서 머리글자만 따서 만든 단어다.노래패 8명, 반주패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정수 신부(http://www.freechal.com/enojusa)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생업이 있다.그런데도 이들은 전국 순회공연을 올해만 두 차례 치러냈다.

玄신부가 이 모임을 구상한 것은 1990년.수원 가톨릭대에 들어온 뒤 뜻이 통하는 음악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처음 네 명으로 구성됐던 '이노주사'는 1995년 경북 김천에서 첫 공연을 했다. 당시 현정수 상병은 여름휴가를 이용해 참가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은 2000년 1월 사제서품을 받은 이후. 그 뒤 시간을 쪼개가며 노래를 불렀다.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헤비메탈에 이르기까지. 12월 7일의 수원교구 태평동 성당이 1백번째 무대였다.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그의 능력은 1집 앨범 '하느님 그리고 나'(2000)를 3일 만에,2집 '노 코멘트'(2001)를 5일 만에 녹음하는 '괴력'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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