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 은행원에 권총 쏴 3억 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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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연말연시를 맞아 전국에 경찰의 방범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2인조 강도가 현금을 수송하던 은행 직원을 권총으로 살해한 뒤 현금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같은 은행강도 사건은 이달 들어서만 대구.경주에 이어 세번째 발생한 것이어서 시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 사건 발생=21일 오전 10시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둔산지점 지하주차장에서 권총을 든 2인조 복면강도가 현금을 옮기던 같은 은행 용전동지점 출납과장 김경환(金璟煥.45)씨의 옆구리와 팔.양다리 등에 실탄 4발을 쏜 뒤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미리 준비한 검은색 그랜저 XG승용차(경기 ××5432)를 타고 달아났다.

당시 金과장은 청원경찰 박갑채(52).운전기사 박성진(23)씨와 함께 용전동지점에서 오전 9시10분쯤 영업자금 현금 6억원을 가방 2개(3억원씩)에 나눠 담은 뒤 은행 현금수송용 승합차를 이용, 충청지역 본부인 이곳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범인들은 金과장 등이 본부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꺼내 핸드카(카트)에 옮겨싣는 순간 복면을 하고 나타나 이 중 1명이 권총을 꺼내 건물 벽에 실탄 1발을 쏘며 "손들라"고 위협했다. 순간 청원경찰과 운전기사는 승합차 운전석으로 피했으나 金과장은 그 자리에서 돈가방을 지키고 서있다 변을 당했다.

청원경찰 朴씨는 "범인들이 차를 타고 달아나려 하자 운전기사 朴씨가 현금차량을 후진해 들이받았으나 이들은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 2대를 잇따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고 말했다. 불과 4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신고자인 둔산지점 직원 朴모(46)씨는 "지하 기계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총소리가 나 나가보니 金과장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총에 맞은 金과장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30분 만에 숨졌다.

◇ 수사=경찰은 오후7시10분쯤 사건 발생 지점에서 1백m쯤 떨어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모 꽃집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승용차를 찾았다. 이 승용차는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인들이 현금 수송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던 점에 비춰 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사건 현장에서 38구경 권총의 탄피 1개를 수거,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지난 10월 대전 시내에서 순찰 중이던 노모(33)경사가 뺑소니사고를 당하면서 실탄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도난당한 사건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 문제점=이번 사건은 경찰이 지난 5일부터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연말연시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나선 지 보름여 만에 발생했다.

특히 지난 11일 대구 K은행에 엽총을 든 복면강도가 침입, 현금 1억여원을 빼앗아 달아난 지 10일 만에 발생해 경찰 방범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에 이용된 차량의 번호도 경찰이 당초 전국에 수배했던 경기 ××5427이 아닌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경찰의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은행의 안일한 방범의식이 사건을 불렀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범인들이 갖고 달아난 돈가방에는 리모컨 작동시 강한 전류가 흐르도록 고안돼 있으나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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