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따라잡기] 겨울방학 때 뭘 읽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방학 동안 청소년들이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 평소 학교 생활에서 제대로 책 한 권 읽지 못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들을 골라 권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더욱이 청소년 도서는 팔리지 않는다고 출간조차 외면하는 우리 출판 현실에서, 아니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도 가르침과 배움이 이루어지는 엽기적인 우리 교육 현실에서, 아니 아니 점수도 못 올려주는 그깟 책들을 왜 읽느냐는 천박한 우리 무의식 현실에서 청소년 권장 도서를 선정하고 권장하기란 정말 어렵다.

설령 마음 먹고 책들을 추천하려도 혼자서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어 볼 수도 없는 노릇. 남들이 좋다는 책들을 모아다가 그저 막연하게 주워드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당연히 불만족스럽게 마련. 결국 요구는 간절하지만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방학만 되면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좋은 책들을 찾는 발걸음들이 비록 사회적으로는 소수지만 매우 분주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며칠 전 내가 참여하고 있는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에서 올 겨울 방학에 읽으면 좋을 책들 23종을 선정.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된다. 지난 1999년부터 방학 때마다 만들어 온 목록이 네번째가 되었다.

이번에 발표한 목록 역시 그간 책따세가 표방해 온 원칙,즉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맞추자는 점을 철저히 준수했다.

즉, 반드시 교사와 학생들이 읽어 본 책들을 권장도서로 선정하되, 상위 30퍼센트의 우수 학생에 초점이 맞춰진 과시용 목록은 지양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모두 23종.

『겨울방』(게리 폴슨, 문학과지성사),『중국견문록』(한비야,푸른숲)과 『한국생활사박물관 1~5』(사계절),『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동아시아),『달콤한 물을 마시다! 과학뒤집기 시리즈』(최원호 엮음, 성우), 『이슬람』(이희수 외, 청아) 등의 최신간들에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채규철, 내일을여는책)와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리상호 옮김, 까치) 등의 책들이 더해졌다.

권장 종수와 분야를 가리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적절하게 안배된 듯 싶다. 기쁘다.

자세한 목록은 책따세 홈페이지 (http://club.dreamwiz.com/elibrary) 참조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지식과 정보를 적절히 녹여 추천글을 써야 한다.그리고 목록으로 만들어 언론과 교육.문화 등 관련 분야의 기관과 단체.모임 등에 발표하면 된다.이는 인터넷과 팩스를 적절히 활용하면 시간 문제에 불과할 터.

목록을 꼼꼼히 읽으면서 찬찬하게 검토해 볼 눈동자들을 겸허히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어떤 '심판'을 받더라도 푸른 영혼들이여,좋은 책을 권하고 싶다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과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한계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기를.

허병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