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충북 청원 '만학도 5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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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배움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을 조롱이라도 하듯 한세대 이상을 뛰어넘어 만학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충북 청원군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총장 李同浩)의 '만학도 5인방'이 그들이다. 유성종(劉成鍾.69)전 충북도교육청 교육감(현 주성대 이사장), 심재기(沈在箕.63)서울대교수와 이인복(李仁福.64)숙명여대교수 부부, 김택구(金澤九.58)전 수자원공사 본부장, 연극인 이주실(李周實.57)씨-.

보통사람이면 은퇴할 나이에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대학생활에 푹 빠져 있다.

각기 살아온 길은 달라도 이들이 노년에 이 학교 사회복지학부에서 배움의 길을 택한 목적은 똑같다. 자신의 말년을 돌보기보다는 복지이론을 제대로 배워 사회에 봉사해보자는 뜻에서다.

劉이사장과 이주실씨는 각각 99학번과 01학번으로 입학했으며 沈.李교수 부부와 김택구씨는 올해 3학년으로 각각 학사편입했다. 전공은 劉이사장이 복지심리학이고 沈교수부부와 金씨가 사회복지학이다. 이주실씨는 2학년 때 선택할 예정.

이들은 어쩔수 없는 기억력 감퇴로 학습에 애로가 적지 않지만 다행히 풍부한 사회경험이 공부에 큰 밑천이 되고 있다. 수업내용 이해가 젊은 동기생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내에서 서로 만나면 말이 통하는 친구처럼 반갑게 대화를 나누지만 학교밖에서의 만남은 개인사정 때문에 학기중 1~2차례에 불과하다. 이들에 대한 호칭은 '선생님'이 가장 일반적. 젊은 동기생들은 물론 교수들과 상호간에도 그렇게 불린다.

노년의 대학생활이라도 이들에겐 각기 꿈이 있다. 劉이사장은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이 있다면 무급이라도 심부름 정도 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金전본부장도 劉이사장처럼 "복지시설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미혼모복지시설을 운영 중인 沈교수 부부는 졸업후 경기도 포천에 마련해둔 땅에 대안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39년만에 대학생활을 다시 시작한 李주실씨의 꿈은 3년전 연극지도로 인연을 맺은 전남영광의 성지고 아이들과 같은 학생들에게 멋쟁이 청소년복지상담사로 봉사하는 것이다.

청원=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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