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금호농협장 20일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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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탈불법 행위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체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나서 ‘깨끗한 선거’를 실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구 1만3천여명의 경북 영천시 금호읍에서는 요즘 20일 치러지는 단위농협장(조합원 2천6백명) 선거를 앞두고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올해 선거에서는 과거 흔했던 돈봉투 돌리기,음식대접,가정방문 등의 불법 선거운동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금호읍번영회.농업경영인회.이장협의회.청년회.새마을협의회.의용소방대.체육회.농촌지도자회.로터리클럽 등 주민 5백여명이 소속돼 있는 읍내 9개단체가 합동감시활동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5일 '금호농협장 공명선거추진위원회'(위원장 지경신.65.금호읍번영회장)를 결성하고 4명의 후보들과 3차례 회의를 가진 끝에 1인당 3천만원씩 모두 1억2천만원을 걷었다.

이 돈은 돈봉투.향응 등의 부정선거운동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신고금액의 20배를 보상해 주기 위한 것이다.

공명선거추진위는 또 막판 돈봉투 살포 등을 막기 위해 지난 18일 오후 강변농협공판장에서 열린 합동연설회가 끝난 후 후보자 모두를 경주로 데리고 가 투표가 끝날 때까지 유권자들과 격리시켰다.

이와함께 공명선거추진위 위원들도 특정후보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벌금 5백만원을 물기로 약조해 놓았다.

덕분에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금호농협장 선거운동은 지금까지 합동연설회.홍보물.벽보.장터순방 등을 제외한 불법 선거운동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해마다 이맘때면 '유권자 1인당 5만~10만원씩은 쓸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혼탁 농협장 선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공명선거추진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지광수(46) 한농연 금호지부장은 "농협개혁을 위해서는 농협장부터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덕분에 이번 선거에서는 돈은 없지만 농민들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들도 뛸 수 있는 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호읍의 이들 지역단체들은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때도 맹활약을 펼칠 계획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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