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연말증시, 믿을 곳은 우량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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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말 증시가 어수선하다.

엔화가치의 추락이란 악재를 만나 흔들렸던 증시는 미국 마이크론의 도시바 반도체공장 인수라는 복병을 맞아 다시 뒤뚱거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삼성 등 대그룹의 비리 납품업체 거래 중단과 일부 등록사의 부도설, 진승현 게이트 관련 폭로전의 불똥 우려 등으로 더욱 혼란스럽다.

많은 증시 전문가는 "조정국면을 맞은 연말 장세에서 개인이 시장을 주도해 중소형 개별주와 저가 대형주 등이 각개약진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잇따른 돌출 재료들로 개인 선호 개별.저가주들은 힘없이 주저앉은 반면, 우량 대형주들이 안전한 피신처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 반도체 전쟁의 명암=마이크론의 도시바 공장 인수 등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국내 증시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바람이 났다. 어떤 방식의 결합이든 반도체값 상승을 가져올 것이란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우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19일 다시 3천5백원(1.3%)올라 26만4천원을 기록했다.

반면 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이크론과의 제휴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된 데다, 자칫 협상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 회사 주가는 19일에도 55원(2.6%) 떨어진 가운데 한때 2천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반도체 전쟁은 이들 두 회사와 관련 장비업체들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장세의 주도주 판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뜨자 한동안 같이 숨죽이고 있던 SK텔레콤.국민은행.제일제당.LG전자 등 블루칩(대형 우량주)들이 일제히 장세의 전면에 부상했다. 최근 순매도에 치중했던 외국인들도 이들 우량주를 중심으로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면 블루칩이 쉬는 동안 개인들 주도로 기세를 올렸던 개별 종목과 저가권 대형주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하이닉스 쇼크에 놀란 개인들이 앞다퉈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위원은 "하이닉스와 금융주를 포함한 저가권 주식들은 개인들이 한묶음으로 좋아하는 형제 종목들"이라며 "하이닉스의 행보가 당분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 거래소와 코스닥의 명암=코스닥시장은 더욱 딱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19일 거래소시장이 0.5% 상승한 반면 코스닥시장은 2.5% 떨어졌다.

코스닥은 거래소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다. 불안해진 개인들은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정치권의 진승현게이트 폭로전과 대그룹의 납품비리 업체 거래 중단 등의 불똥이 어떤 종목으로 튈지, 투자자들을 상당기간 불안에 떨게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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