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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칼럼]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었다-2

중앙일보

입력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클레오파트라는 전형적인 서양미인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고고학적 연구결과들은 이와 다르다는 주장을 편다.

변화무쌍한 역사의 흐름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있다. 파스칼은 역사의 흐름을 수학적 도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통해 거대한 수학적, 물리학적 공식을 만들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미모와 자존심을 상징하는 클레오파트라라는 한 여인의 코라는 한 원인이 세계의 변화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수학이론을 만들고 싶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주는 나비효과

오늘날 혼돈이라는 뜻을 가진 카오스이론은 어느 곳에는 통용되는 이론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성을 지니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이것은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안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카오스는 컴컴한 텅 빈 공간, 곧 혼돈을 뜻한다. 물리학에서는 불규칙적인 결정론적 운동을 가리킨다. 카오스 이론은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기상 모델을 연구하면서 나비효과(butter)를 발표하면서 이론적 발판을 마련했고 그 후 활발히 연구되었다.

나비효과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비유다. 또 뉴욕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을 하면 서울에 비가 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덧붙이자면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레오파트라 코의 영향을 수학적으로 풀이하면?

클레오파트라로 돌아가서, 어쨌든 근대 확률이론을 수립한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인류역사에 미친 영향을 수학으로 설명하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따지자면 한 여인의 하찮은 신체부위라고 할 수 있는 코의 날갯짓이 어떻게 세계 역사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지, 클레오파트라의 코의 효과를 수학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일반 남정네의 생각과는 달랐다. 수학적으로 당대의 미인을 쳐다본 것이다. 그렇다고 파스칼이 카오스이론의 나비효과를 맨 처음 주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통해 그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사실이다.

꼭 같이 합리주의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인 파스칼은 당대의 거목 데카르트와 경쟁자였다. 수학에서는 더욱 그랬다.

신의 존재에 베팅하라

가난하게 자란 파스칼은 유명한 수학자가 되자 부유층의 인사들과 도박을 즐겼다. 그는 좋아하는 도박에서조차 수학이론을 이끌어냈다. 바로 근대적 확률이론으로 그가 이룩한 업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업적이다. 소위 딱히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현상, 즉 복잡계를 설명하는 기초이론을 만들었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로 유명하다. 그러나 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신의 존재를 도박이라는 확률로 설명한 이야기다.

하루는 주위 사람들이 최고의 수학자인 파스칼에게 ‘신의 존재’를 증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파스칼은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신이 있다, 없다’ 하는 문제를 도박으로 걸었을 때를 가정해서 대답한 말이 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두고 ‘파스칼의 도박(Pascal’s Wager)’, 또는 “파스칼의 신의 존재에 대한 도박’이라고 불렀다. ‘파스칼의 갬빗(Pascal’s Gambit)’이라고도 한다. Gambit은 서양 장기 이름이다.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이 보다 나은 베팅(도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의 기대가치(확률에서의)가 안 믿는 쪽의 기대기치보다 언제나 크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파스칼이 도박을 통해 종교에 흥미가 없거나 신학적 논쟁을 벌이며 종교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독교를 믿게 하려는 수작”이라며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클레오파트라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파스칼

파스칼의 사후 만들어진 유고집 팡세(Pensees)에 나오는 이야기로 그의 신학적 철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병약했던 그는 말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가 종교에 몰입하다 세상을 떠났다.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그래서 종교를 믿을 것인가, 안 믿을 것인가? 에 대한 수학자 파스칼의 흥미로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존재하지 않아 손해 본다 해도 큰 손해는 아니니 믿으라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정말 존재한다면 구원을 받는 대박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파스칼의 ‘클레오파트라의 코’ 이야기는 그야말로 그녀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자. 이제 클레오파트라의 코 이야기는 그만 접고 그녀의 DNA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가보자(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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