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시 '차고지 증명제' 재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시가 주차 공간을 미리 확보해야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차고지 증명제'를 3년여 만에 재추진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19일 "주택가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건설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시는 건교부에 보낸 공문에서 "향후 몇년 이내에 주차 대란이 예상되므로 이 제도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기본 계획에 따르면 대도시.중소도시, 농촌 및 대도시 구(區)별 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특히 열악한 주차 여건을 감안해 개인 소유의 주차장뿐 아니라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노상 주차장.건물 부설 주차장 임대 등의 경우도 모두 차고지의 범주에 넣을 방침이다. 이밖에 대형 차량부터 우선 실시하고, 농촌에 차고지를 두고 실제 운행은 도시에서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차고지와 실 거주지간의 거리 제한 규정 등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시는 여론 수렴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을 구체화해 내년 3월 건교부에 법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시가 1989년, 95년, 97년 등 여러 차례 논의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 제도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지난 10월 말 현재 서울의 주차 가능 비율이 82%까지 증가했으나 연 10만대를 웃도는 차량 증가를 감안할 때 앞으로 주차난이 심각해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서울의 골목길 주차 가능 비율은 74%에 불과해 47만여대가 합법적인 주차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신차 구입자부터 적용돼 기존 차량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김성수 주차계획과장은 "운전자와 자동차업계.건설업계 등의 다양한 이해가 상충하는 만큼 적어도 1년 이상의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62년 이 제도를 도입해 주차난 해소.비상도로 확보 등에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장기적으론 차고지 증명제 도입이 필요하지만 유예 기간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제도 시행에 앞서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를 부추기고 '유령 차고지'를 내세우는 편법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