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 한나라, 호남 = 민주’ 변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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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투표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단 경비행기가 24일 소백산철쭉제가 열리고 있는 충북 단양읍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단양에어클럽은 철쭉제 기간인 30일까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루 4~5회 비행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단양=뉴시스]

6.2지방선거 6·2 지방선거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무소속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한나라당’이라는 지역당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당 색깔만 보고 투표하던 행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물·정책을 따져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천천히 바뀌어 가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호남 지역은 무소속 약진=전북에서는 김제·정읍에서 무소속 바람이 거세다. 김제시의 경우 무소속 이건식 후보가 민주당 이길동 후보를 지지율에서 배 이상 격차로 따돌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전북일보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이건식 후보는 54.1%로, 민주당 이길동 후보는 20.9%로 나타났다.

이건식 후보는 2005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4년간 시장으로 일해 왔다. 민주당은 무소속 단체장의 재선 가도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며 지난해 6월 일찌감치 시장 후보를 내정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왔다. 이건식 후보는 “정당에 휘둘리지 않고 시정을 충실히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당선 이후에도 무소속 시장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에서도 맹주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광주 5개 구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0여 곳에서 무소속 후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아 당선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순천시와 강진군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관규 현 시장과 황주홍 현 군수가 민주당 후보와 큰 차이를 벌려나가고 있다. 광주 남구·서구와 전남 장성·해남에서도 각각 오차 범위 안에서 예측 불허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유권자들이 인물 본위로 투표하려는 의식을 갖기 시작한 데다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당의 무원칙에 실망을 느끼면서 민주당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의 선전도 눈에 띈다. 한나라당원들은 지방선거를 돕자며 자발적으로 14개 시·군에 처음으로 연락소를 차렸다. 과거에 구하기 힘들던 자원봉사자들도 200여 명이나 몰렸다. 정운천 전북도지사 후보는 “과거 7~8%에 머물던 득표율을 2~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영남서 고전하는 한나라당=한나라당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4년 전 한나라당이 5개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했던 울산에서는 중구·북구 등 2곳에서 무소속·민노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울산 중구의 경우 무소속의 조용수(현 구청장) 후보가 한나라당 박성민 후보와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도 무소속 김동진 후보가 한나라당 안휘준 후보를 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대구 서구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중현(현 구청장) 후보가 한나라당 강성호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 경북 문경·영주·경산·칠곡·봉화 등에서도 무소속·한나라 후보가 2파전을 형성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모(47·대구시 산격동)씨는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정서에 문제가 있다”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이들이 한나라당 성향이라는 한계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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