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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프간 방식으로 이라크 공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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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프가니스탄 방식으로 이라크를 공격한다는 새로운 전쟁계획이 미국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퓰리처상 수상자인 미국의 시머 허시 기자가 최근 폭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피해상황을 잇따라 특종보도한 허시 기자의 폭로는 미국의 다음 공격 목표를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터져 나와 국제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시는 미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에서 이라크의 해외 반정부 단체인 국민회의(INC) 지도자 아흐메드 찰라비가 이란을 대(對)이라크 전쟁에 우군으로 끌어들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전쟁계획을 미 정부에 제의했고, 미 정부는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찰라비가 제안한 후세인 정권 붕괴 시나리오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진행과정과 사뭇 흡사하다. 먼저 이라크 INC 반군병력이 이란 국경을 통해 이라크 남부지역으로 잠입, 교두보를 구축하고 시아파 이슬람교도를 규합해 반후세인 봉기를 일으킨다. 미군은 때맞춰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어 민중봉기를 지원하는 동시에 후세인 정권 타도를 부르짖는 북부의 쿠르드 반군과 미군의 특수부대 병력이 공동작전을 펼쳐 후세인 정부를 전복한다는 것이다.

그 후 찰라비가 이끄는 INC가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을 선언하고 미국이 이를 승인한다는 구체적 정치일정까지 담고 있다.

찰라비는 "이란이 이미 이라크 반군의 국경통과 작전을 용인키로 합의했다"면서 "현재 미국의 지원을 받아 테헤란에 사무실까지 개설했다"고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의 한 군사전문가는 찰라비의 전쟁제안서를 "폭격과 특수부대 투입, 정치적 봉기가 결합된 완벽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기존의 적대적 태도를 바꿔 이란을 테러전쟁의 우군으로 끌어 들인다면 중동의 전략적 판도가 바뀌는 신호탄으로 풀이될 수 있다.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에 두번째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카스피해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로가 이란을 통과하게 되면 안정적인 에너지원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란 입장에서도 눈엣가시인 후세인 정권을 제거할 수 있는 데다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실익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미 정부의 상당수 관리들은 1993년 이래 여러 차례 이라크 공격계획을 제안해온 찰라비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불신하고 있다.

또 미국을 여전히 '악마'로 보는 이란이 고분고분 미국에 협력할지도 의문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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