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유영주 국민은행 '안살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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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뛰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국내 여자프로농구 첫 여성 코치로 17일 겨울리그 개막전에서 금호생명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국민은행 유영주(31.사진)코치는 경기가 끝난 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승리의 기쁨에 겨워 하면서도 눈이 쑥 들어갈 만큼 지쳐 있었다.

유코치는 박광호 감독 뒤에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독려하고 감독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전달했다. 경기가 끝나자 목이 쉬었고 "자신감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사령탑은 물론 박감독이지만 지난 10월 코치로 부임한 유코치도 감독 못잖게 바빴다. 여성들만의 비밀들을 유코치는 훤히 보고 있었고 선수와 구단, 선수와 선수간의 갈등을 푸는 일 모두가 유코치 몫이었다.

거듭되는 플레이오프 탈락과 잦은 부상으로 더 이상 운동할 의욕을 잃은 김지윤을 다시 팀의 리더로 일으켜 세웠다. 은퇴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간 최위정도 인천까지 찾아가 설득한 끝에 복귀시켰다. 유코치의 성격과 국민은행의 속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유코치가 갔으니 팀이 좋아지겠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제 갓 현역에서 물러난 여성 코치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은순(삼성생명)·전주원(현대) 등 기존의 플레잉 코치들이 코치로서 팀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박신자·이옥자씨 등 대선배들도 지금은 사라진 신용보증기금 여자팀을 맡아 지도했지만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유코치는 지도자로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혀왔고 명문팀인 국민은행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유코치가 팀에 몇 승을 더해줄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국민은행은 달라졌다. 그 변신이 성공적이라면 적잖은 부분이 유코치의 공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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