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경선, 여러명 나와야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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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내엔 최근 두 개의 큰 기류가 흐른다. 하나는 '진승현 게이트'등 비리의혹 규명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朴槿惠)부총재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과 전당대회 방식개선, 그리고 당권.대권 분리 주장 등을 둘러싼 논란이다.

17일 총재단회의에선 두 쟁점이 모두 불거졌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고성(高聲)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오랜만에 중진들이 격하게 맞붙은 자리였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회의 말미에 "상대방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한 뒤 "앞으로 (비리 규명에)당력을 모으자"고 정리했다.

◇ 지도부 티격태격=최병렬(崔秉烈)부총재와 김기배(金杞培)총장이 또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에도 崔부총재의 당권.대권 분리 주장을 놓고 "(당권을 잡겠다는)개인적 계산을 먼저 한 것"(金총장), "말을 함부로 한다"(崔부총재)며 맞붙었다.

이날은 崔부총재가 먼저 "부총재가 소신을 말한 것을 총장이 인격모독적으로 받았다. 당 기강이 이래도 되느냐"고 공박했다. "총재도 지적한 것 같은데 (金총장이)이 시간까지 아무 말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金총장은 "툭하면 하극상 운운하는데 의원이 코멘트도 못하느냐"고 받아쳤다. 李총재는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렸다. 崔부총재는 李총재를 따로 만나 金총장 문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崔부총재와 金의원은 둘다 4선으로 金총장이 두살 연상.

회의에서는 전당대회 준비위를 가동키로 했으나, 위원장을 총장이 맡는다는 결정을 놓고도 언쟁이 벌어졌다. 강재섭(姜在涉)부총재가 "중립적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게 낫겠다"고 하자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준비위는 실무기구니 보완하는 선에서 매듭짓자"고 반박했다.

이에 이재오(李在五)총무가 나서서 "지금은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李총재는 "자유스럽고 공정한 전당대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원론적으로 당부했다.

◇ 박근혜 출마 논란=강삼재(姜三載)부총재는 "(지난해)총재에 출마해 보니 별별 희한한 일이 다 있더라"며 "경선을 통하는 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朴부총재의 선언 뒤 불거진 당내 잡음을 지적한 것이다. 李총재도 "나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쳤다.

朴부총재는 "(공정경선을 위한)개혁위를 두느냐"고 물었고, 李총재는 "기구 설치를 포함, 모든 문제를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러 분들이 경선에 나오는 게 컬러풀하고 보기 좋다. 추대받을 생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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