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옥 이어 DJ 주변까지 의혹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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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승현 게이트'의 불똥이 김대중 대통령의 주변으로 튀고 있다. 金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최택곤씨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고,장남인 김홍일 의원에게도 로비를 시도했다는 흔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崔씨는 특히 'H2'로 불렸던 홍업씨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 자주 들렀다고 한다. 홍업씨는 17일 자신의 연루의혹에 대해 "로비대상이 될 위치가 아니며 로비 운운은 천부당 만부당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초 崔씨가 구명(救命)을 요청했고,2년 전쯤 崔씨가 아들의 편지를 이용해 자리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아태재단 김병호 실장은 "지난 10일 崔씨가 급히 찾아와 金부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해 함께 만났는데 '검찰에서 계좌추적과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검찰조사를 받을 텐데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崔씨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되, 로비의혹에 대해선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는 "崔씨가 홍업씨와 본격 접촉한 것은 1997년 대선 당시"라며 "학군장교(ROTC)출신들에게 지지당부를 하는 자리에 崔씨가 '권노갑씨 특보'라며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崔씨는 당시 자신이 이를 주도한 것처럼 과시해 잡음을 일으켰다고 관계자들은 기억한다.

여권은 대통령 아들까지 거론되자 곤혹스러워 했다.金대통령은 지난 15일 김홍일 의원의 실명이 거론되자 직접 고위 사정관계자에게 확인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사실과 다르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불쾌한 기색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崔씨가 권력 실세라는 사람들을 들쑤시고 다녀 의혹을 확대재생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확인된 비리혐의를 법대로 처리하는 것 말고는 묘책이 없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崔씨가 홍업씨를 팔아 辛전차관에게 접근했고, 辛전차관이 崔씨에 대해 방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옛 당료인 崔씨는 홍일.홍업씨와 같은 K대.ROTC출신이다. 51세인 홍업씨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대통령 가족담당 업무를 맡았던 辛전차관과 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崔씨가 둘 사이를 오가면서 검찰쪽에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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