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 1조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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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LG홈쇼핑은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17일 발표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6년만이다.

LG그룹의 모기업인 LG생활건강이 창업 55년만인 올해에, 롯데백화점 본점이 20년만인 1999년 매출 1조원 벽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LG홈쇼핑은 "케이블TV 가입자가 95년 10만여명에서 올해는 5백만명으로 늘어난 것이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제 홈쇼핑은 더 이상 낯선 형태의 쇼핑문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출 증가와 함께 순익도 지난해 2백80억원에서 올해는 3백8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영업호조로 주가도 비교적 고가인 평균 5만5천~6만5천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등록한 이 회사 주식은 한 때 16만9천원(종가 기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작은 초라했다. 신생 업종인데다 자본금(1백50억원)도 많지 않아 LG그룹으로선 '잘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란 식이었다.

회사명도 LG와는 무관해 보이는 한국홈쇼핑으로 지었다. 사정이 이렇자 무명업체나 다름 없었던 39쇼핑(현재 CJ39쇼핑)에 매출이 형편없이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97년 12월 LG화학 출신인 최영재(59)씨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崔사장은 회사 이름을 LG홈쇼핑으로 교체했다. 경영방침도 '싼 제품을 싸게'에서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로 바꿨다. "사장인 나를 속여도 고객을 속이면 용서할 수 없다"는 게 崔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업계 최초로 '주문 후 30일 반품 보장제'와 반품 신청이 들어오면 물건을 회수하기 전에 대금을 되돌려주는 '선(先)환불제'도 실시했다. 결국 98년 매출이 39쇼핑을 앞질렀다. 지난해엔 미국의 QVC.HSN 등에 이어 홈쇼핑업계 세계 3위에 올랐다.

경영성과가 뚜렷해지자 崔사장은 올해 초 "업계 최고 연봉을 보장하겠다"며 직급과 직무에 따라 연봉의 4~10%를 인상했다.

또 내년 하반기 중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재 현지 제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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