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엔'예스맨'뿐" 뉴욕타임스지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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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대화하면서 대통령을 그냥 '클린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직원들은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이고 전자우편에서도 반드시 '프레지던트(대통령)'라고 깍듯한 경칭을 쓴다.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 조지 W 부시의 공식호칭인 것이다.

16일자 뉴욕 타임스는 '금주의 비평'란에 게재한 한 해설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백악관에 훨씬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형성됐다"고 꼬집으면서 이 사례를 들었다.'제왕적 대통령'이란 용어까지 동원해 부시 대통령의 독선적 통치 스타일을 비판해 온 미 언론이 이번엔 백악관 내부로 화살을 돌렸다.

뉴욕 타임스는 '반대의견은 백악관 문에서 멈춘다'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최근 수십년간 그 어느 정권 때보다 부시의 백악관은 내부갈등이 없고 일사불란하며 충성스런 보좌관들로 채워져 있다"고 은근히 부시를 겨냥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참모진은 증세(增稅)안을 둘러싸고 둘로 갈라져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 때 같은 내부 토론 과정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대테러 전쟁 확전 문제를 둘러싸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사이에 견해차가 노출되고 있지만 논쟁의 수위는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했던 예전 논쟁들에 비해 매우 '점잖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역대 정권에선 행정부 내 논쟁이 외부로 유출돼 여론의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기도 했으나 부시 행정부에선 이같은 이견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가 '불충'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백악관 보좌관들이 '순수한' 호감으로 부시를 따르는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시 대통령 자신이 충성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보좌진을 구성한 결과라는 것이 뉴욕 타임스의 분석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인 전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토론 부재의 백악관 분위기는 정책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남게 된 것은 억압보다 토론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역대 대통령의 행적을 연구한 역사학자 로버트 달렉은 말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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